"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대요. 정상이래요. 그런데 혈액검사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옮긴 분이었는데...살펴보니 간암이었어요. 예전 병원의 간 초음파 판독 사진을 보니 엉망이더라고요. 이정도 수준이면 이전 병원에서 간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환자 입장에선 안 받느니만 못 한 검진이죠. '난 검진했는데 정상이라고 했으니 괜찮아'라고 암을 못 보고 방치하면 어떡합니까? 같은 의사 입장에서 참 답답해요."
대학병원에서 간 초음파 등 복부 영상을 담당하는 의사 A씨의 토로다.
●돈 되는 국가암검진 환자…질 낮은 일부 병원도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이해 건강검진(국가건강검진,국가암검진 등)을 받았거나,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병원(의원급 포함)들도 검진 환자 유치를 위해 입간판 등으로 광고하는 경우가 꽤 있다. 검진 환자가 돈이 돼서다.
문제는 병원마다 검진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큰 병원만 가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비교적 질이 낮은 검진의 예는 ▲장기 검진시 표준 영상을 다 촬영하지 않음 ▲검진을 했는데도 의사의 소견서가 없음 ▲검진용 영상의 화질이 나쁨 ▲장기의 일부분을 누락 등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게 현직 의사들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 B씨는 "장기도 구석구석 찍어야 하는데, 장님 코끼리 만지듯 엉뚱한 곳만 잔뜩 찍어서 남겨둔 병원도 봤다"며 "예를 들어 중요 사진 10장을 찍어야 하는데 2~3장 정도만 쓸 만한 식이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이 환자를 검진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큰 병원, 대학병원이라고 하면 환자들은 병원의 명성을 믿고 오는건데, 이런 곳이라고 해서 다 잘 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미흡' 등급 주의해야…"심각한 수준"
그렇다면 검진 잘 하는 병원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 바로 검진기관 평가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가건강검진 질 향상을 위해 검진기관 평가를 꾸준히, 까다롭게 해 왔다. 병원급 이상과 의원급을 구분해 실시, 공개하며 현재 4주기 의원급 평가를 앞두고 있어 3주기 평가까지 확인 가능하다. 병원급 이상은 2020년 2월, 의원급은 2021년 9월 마지막 평가 결과가 공개된 상태다.
확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건강in'탭의 '검진기관 평가정보'에서 검색하면 된다. 물론 3주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병원도 있다('국가건강검진위원회를 통해 의결된 검진기관평가 대상기관'이 대상 여부).
시·도와 의료기관 종류에 따른 종별구분(종합병원, 병원, 의원, 치과병원, 치과의원, 한방기관 등)만 구분해서 검색해도 해당 주소지에 있는 병원의 각 분야 검진 등급이 나온다. 등급은 3주기 기준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으로 나뉜다. 이후 평가될 4주기 기준 등급도 이와 동일하다. 평가점수를 기준으로 90점 이상은 우수, 60점 이상 90점 미만은 보통, 60점 미만이면 미흡이다. 평가결과가 상위 10% 이내이면서 평가분야 모두 우수등급이고, 질병예측도나 기록 평가결과 만점인 검진기관은 최우수 기관이 된다.
검색해보면 고루 우수한 병원도 있지만, 규모가 꽤 큰 병원인데 '미흡' 평가가 여러개 뜨는 곳도 있다. 의사 B씨는 "미흡이면 진짜 심각한 수준이다. 암을 제대로 못 잡을 확률이 꽤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등급 세분화·패널티 강화 의견도
미흡 등급을 연속으로 받은 검진기관은 행정처분을 받는다. 2회 연속은 업무정지 3개월, 3회 연속은 검진기관 지정취소다.
그러나 보통 등급의 폭이 넓어, 등급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59점을 받은 병원은 미흡 등급이지만, 60점을 받은 병원은 89점을 받은 병원과 동일한 보통 등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검진기관 평가와 관련있는 의사 C씨는 "등급을 나누는 이유는 미흡기관 구분이 우선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단, 사후교육을 받은 미흡 기관이 다시 평가를 받아도 미흡인 경우, 검진기관 지정취소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