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권에서 가장 큰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인 대치2단지 시공권을 반납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자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조합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져서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진행된 대치2단지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입찰에 현대사업단(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하지 않았다.
대치2단지는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을 통해 기존 15층 1,758가구 아파트를 최고 18층 1,988가구 규모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총 5,400억원으로, 강남권 최대 리모델링 사업장으로 꼽힌다.
시공사 선정 시 경쟁 입찰이 아닌 단독 입찰로 2회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리모델링 사업 관행 상 현대사업단의 수주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었다.
실제로 조합은 지난 2월 현대사업단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이달 수의계약을 확정하고 다음 달 시공사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도시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을 원하는 조합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리모델링을 전제로 조합과 협상을 진행하던 시공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적용되는 법률이 주택법과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으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을 추진하면 다른 형태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다.
대치2단지의 경우 재건축으로 선회하기 위해서는 기존 조합을 해산하고 주민 동의서도 새로 받아야 하는 등 처음부터 사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에 시공단과 진행하던 협의도 무효가 되고 그만큼 사업 추진도 미뤄질 수밖에 없어 입찰을 포기했다는 게 시공단 측 설명이다.
현대사업단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상반기 내 도시정비사업으로만 6조원의 수주를 기대하던 현대건설의 청사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1월 3,023억원 규모의 대구 봉덕1동 우리 재개발을 시작으로 이촌 강촌 리모델링(4,742억원),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8,871억원), 강동 선사현대 리모델링(5,456억원), 과천주공8·9단지 재건축(9,830억원), 광주 광천동 재개발(1조7천억원)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면서 이달까지 4조8,925억원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여기에 대치2단지 리모델링을 포함, 부산 서금사6구역과 대전 도마·변동5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 확보가 유력해 올해 연간 도정사업 목표치였던 6조원을 상반기에 조기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5,400억원에 달하는 대치2단지 물량이 빠지면서 현대건설의 신기록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시공단 관계자는 "14년째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였고 사업 계획도 그에 맞게 짰는데 재건축으로 선회하면 처음부터 모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만큼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