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파격'…시작은 삼성, 마지막은 현대차

입력 2022-05-20 19:08
수정 2022-05-20 19:08
<앵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행보에도 관심이 뜨겁습니다. 산업부 김민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첫 행선지가 삼성전자라는 점도 주목해 봐야 합니다. 상당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어떻게 해석해 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미국 대통령이 외교 순방 첫 일정으로 한 개별 기업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보여주고자 하는 분명한 메세지가 있는 것이죠.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지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금은 미국은 중국에 빼앗긴 글로벌 제조업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차세대 첨단 제조업만큼은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것이죠.

그 속에는 인공지능 시대로 대변되는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까지 중국에 내줄 경우, 100년 가까이 미국이 지켜온 글로벌 경제 패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담겨있습니다.

미국이 노리는 첨단 제조업의 중심이 바로 반도체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있습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죠.

<앵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의 여러 반도체 생산기지 중 평택 캠퍼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평택 캠퍼스는 규모 면에서도 세계 최대지만, 기술적으로도 삼성의 최첨단 공정들이 집약된 곳입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까지 삼성 반도체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죠.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차세대 GAA 방식으로 생산되는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삼성이 올해 상반기 중 세계 최초 3나노 양산에 성공하는 건데, 파운드리 최강자인 대만 TSMC를 기술력으로 앞서는 상징적인 사건이죠.

그러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파운드리에서도 기술력, 특히 최첨단 공정은 우리가 최고다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죠.

이를 두고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한 가운데 선 삼성전자의 위상과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앵커>

미국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 4국 동맹이죠. 미국과 우리나라, 일본, 대만으로 구성된 이른바 '칩4 동맹' 구축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우리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중국시장 매출이 상당히 크고 현지 생산공장도 있는 만큼 중국을 자극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분명히 있습니다.

'위대한 부흥'을 외치는 중국과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나선 미국 사이에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이 있는 건데, 우리를 제외한 일본과 대만은 이미 공식적으로 미국 손을 잡았거든요.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첫 행선지로 선택한 이면에는 이제 한국도 선택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깔려 있는 것이죠.

어쨋든 이번 방한을 통해 한·미간 반도체 기술동맹은 한층 강화될거고, 중국의 반발 역시 불가피합니다.

이를 고려해 일단 이번 회담에서는 반도체 4국 동맹 이른바 '칩4'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미국이 얼마나 더 큰 혜택을 줄 것인가 따져보고 선택을 내려야하는 기로에 놓인 셈이죠.

<앵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이 예상됩니다. 어떤 의제들이 다뤄질 예정인가요?

<기자>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원전기술 분야입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원전기술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겁니다.

특히 이 부분은 공동선언문에 담길 예정인데요. 두 나라가 반도체, 배터리 뿐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도 기술 동맹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전기차와 배터리 동맹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예정이구요.

또 미국이 강한 분야죠. 인공지능, 양자기술, 우주 개발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이 핵심적인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2일 일요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미국 투자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한다고 하죠. 이 역시 상당히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2일 출국 전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따로 만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합니다. 사실상 마지막 국내 일정이죠.

현대차그룹은 현지시간으로 20일, 오늘 밤이죠.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전기차 전용 공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그동안 부지를 물색하다 이번에 조지아로 낙점한 겁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지아주에는 이미 기아 생산공장이 있고 SK온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에 나서고 있어, 미국 한 가운데 'K-전기차 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 대통령이 공식 행사나 투자 협약식이나 아니라 별도로 해외 기업인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요. 조지아주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준 곳이구요.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최대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바이든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약 8500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대규모 투자를 했으니 유독 고마울 거랑 해석이 나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눌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