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용증가' 우려에 미 증시 '와르르'···성장주 감원 '칼바람'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2-05-19 08:18
수정 2022-05-19 08:18
<앵커>

미국 증시에 또다시 기록적인 하락장세가 나타났습니다. 월가에서는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기자>

우선 최근 미국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조그만 부정적 요인에도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기억하셔야겠습니다. 과매수 과매도가 반복되는 지금같은 때에는, 시장을 올바로 읽으려면 하루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치 장세를 보고 판단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현지에서 들려오고요.

그래도 대응의 차원에서 오늘 투자자들을 흔든 변수를 살펴보면 실적 발표를 통해 나타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심할 수 있다는 우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 탓에, 매출이 늘어나는 것보다 마진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대형 할인 백화점 업체인 타겟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오늘 타겟 뿐 아니라 베스트바이나 달러트리, 메이시스와 같은 유통업체의 주가가 두 자릿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는 점은 월가가 어떤 지점에서 공포의 진폭을 키웠는지를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어제 월마트도 그렇고 오늘 실적을 발표한 타겟도 그렇고, 유류비와 운송비가 비정상적으로 늘면서 회사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은 개별 기업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걱정거리이기는 합니다. 보케 캐피털의 설립자인 킴 포레스트는 "물류비용 문제가 미국의 가장 큰 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며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이제 다음 인플레 피해를 발표할 기업은 누구일까'를 찾게 되고, 그렇게 소비 측면에서 일어날 부정적 영향을 눈으로 맞닥뜨리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기술주가 부진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과감한 임금 인상 조치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조치로 인해 기술주 전망은 더더욱 우울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

짚어주신대로 IT기업들의 임금 인상 조치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요. 사살은 이번에 임금 인상을 발표한 기업들은 단기적 비용 압박은 있겠지만 오히려 다른 곳보다 나은 상황인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S&P 500 편입종목 가운데 연봉 중간값이 가장 높은 기업이 이번에 임금 인상안을 밝힌 구글입니다. 현재 구글의 연봉 중간값은 우리돈 3억 7천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성과 보상체계를 개편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었던 직원들의 임금을 높여주겠다고 밝혔죠. 사실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구글이 실적이 좋아서 돈을 더 준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매출 성장률은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에도 미치지 못했고 성장률 자체도 여섯 분기만에 최저 수준이었거든요.

상대적으로 1분기 실적이 좋은 마이크로소프트도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했는데, 이 내용을 잘 살펴보시면 임금 인상의 배경을 조금 더 와닿게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이 회사는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등급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월급을 인상해주기로 했거든요.

미국에서도, 그 중에서도 대기업 월급을 받고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생활이 힘들다는 목소리를 사용자도 무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구나, 라고 보시는 게 현지 상황에 더 들어맞을 수 있습니다. 뉴욕만 해도 맨해튼 한가운데가 아니라도 원룸방 한칸에 월세 300만원이 넘어가는 곳이 허다한 게 미국의 현재 물가거든요. 최근 몇 달 동안 기록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나마 벌이가 괜찮은 몇몇 기업의 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가져오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용을 아예 줄이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최근 성장주로 분류되어온 기업들이 해고에 나서고 있죠. 가까이는 넷플릭스가 그랬고요. 로빈후드, 카바나와 같은 상장기업 뿐 아니라, 국내에는 좀 생소하지만 이제 유니콘 기업으로 떠오른 뮤럴이나 카메오 같은 스타트업도 그동안의 장밋빛 전망을 뒤로 한 채 감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대 이직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근로자에게 유리했던 미국 고용 시장에, 성장주를 중심으로 다시 칼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는 겁니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월가에서도 최근 위험자산을 관리하는 몇몇 팀들이 통채로 사라졌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실 만한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