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거의 없는 북한의 '제로 백신' 상황이 재앙(disaster)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CNN은 "북한의 황폐한 보건 인프라는 감염성이 높은 질병에 걸린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시간 13일 전국에서 전날 하루 동안만 1만8천여 명의 발열자가 생겨 현재까지 18만7천800여 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고 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역 허점을 심각히 지적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를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으로 규정하고 전국을 봉쇄하는 등 최대비상 방역체계로 전환한 상태다.
CNN은 "북한 주민 2천500만 명이 전 세계적인 발병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믿는 이가 거의 없음에도, 북한은 과거에 코로나 발병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그간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거부하면서 주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CNN은 "북한은 글로벌 코로나 백신 공유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 지원 대상임에도 어떠한 백신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북한 인구 대부분이 미접종이라고 가정할 때 제한된 검사 능력, 불충분한 의료 인프라, 외부 세계와 격리된 북한에서의 발병은 빠르게 치명적으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한 국가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장보람 동아시아 연구원은 "북한이 주민을 보호할 충분한 백신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며 "하지만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끄는 코백스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시노백 백신 수백만 도스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코백스가 배정한 297만 회분의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거부했고, 아스트라제네카 외의 백신 제공 가능성을 타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신뢰도 높은 미국산을 원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코백스는 북한이 계속해서 백신 수령을 거부하자 지난 2월 북한 할당량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장 연구원은 "북한에서 코로나 발병이 처음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러한 길을 계속 가는 것은 많은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고, 보건 권리에 대한 부도덕한 직무 유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CGTN 기자인 장칭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글을 올려 "우리가 아는 한 평양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은 많지 않고, 의료 및 전염병 예방 시설이 부족하다"며 "수도가 봉쇄됐기에 내가 집에 가지고 있는 음식은 일주일 치다. 우린 북한 정부가 다음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