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초대질량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가 마침내 포착돼 공개됐다.
세계 주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블랙홀을 관측해온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은 12일 밤 10시(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을 비롯한 6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 은하 중앙에서 포착한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했다.
블랙홀이라고 하면 대부분 영어 단어 뜻 그대로 해석해 '검은 구멍'을 떠올리지만 블랙홀은 빛조차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직접 볼 수 없다. 우리가 영화 등 영상이나 논문에서 본 블랙홀 이미지는 모두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상에 불과하다.
어떤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거쳐야 하는 영역이 바로 블랙홀의 안팎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 지대인 '사건의 지평선'(horizon of event)이다.
과학자들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일부는 격렬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를 관측하면 사건의 지평선 가장자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을 비롯해 200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세계 과학자들은 2017년 이 영역을 관측하겠다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를 들고나왔다.
다만 이를 관측하려면 지상의 대형 광학망원경이나 허블우주망원경(HST), 대형 전파망원경을 뛰어넘는 아주 높은 해상도를 가진 관측 장비가 필요했다.
EHT 연구진은 미국·스페인·멕시코·남극 등에 있는 고성능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사실상 지구 전체 규모의 거대한 가상 전파망원경을 활용,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EHT를 구성하는 각각의 전파망원경이 동시에 같은 블랙홀을 관측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하고 여러 번의 보정, 영상화 작업 등을 통해 EHT 연구진은 2019년 지구에서 5천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을 운영 중인 한국천문연구원도 연구진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거나 EHT와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 전 세계 과학자들과 보조를 맞췄다.
천문연이 운영하는 KVN은 서울 연세대, 울산 울산대, 제주 서귀포(옛 탐라대 부지)에 설치된 21m 전파망원경 3기로 구성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관측망이다.
VLBI는 수백∼수천㎞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해 전파망원경 사이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거대한 가상 망원경을 구현해 분해능(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별하는 능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KVN의 경우 망원 사이의 거리는 최대 478㎞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밀리미터 대역 4개 주파수 전파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서울대 평창 캠퍼스에 4호기를 건설 중이고, KVN 연세와 KVN 평창 망원경은 EHT 관측 주파수인 230GHz까지 관측할 수 있다.
EHT 협력단이 2019년 먼 은하의 중심에 자리 잡은 블랙홀 이미지를 처음으로 포착했을 때와 지난해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 편광 영상을 촬영할 때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은하·제트 분출까지 다파장을 동시에 관측할 때와 가장 가까운 블랙홀인 우리 은하 중심 궁수자리 A 블랙홀 구조가 원형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때는 직접 참여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