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메모리 반도체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제패를 공언하며 사업부를 독립한지 꼭 5년이 됐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 나왔습니다.
시스템반도체 1위가 되겠다는 목표, 아직은 기대 만큼 성과가 올라온 것 같지 않은데 삼성 내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건 이미 지난 2005년, 17년 전 이었습니다.
그리고 12년 후인 2017년 5월,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사업만 따로 떼어낸 파운드리사업부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후 2016년에는 10나노 공정을, 2019년에는 7나노 공정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현재 글로벌 점유율 2위 자리까지 올라온 상태입니다.
특히 2019년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무려 171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매출은 23조~25조 원에 달하는데요.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향후 5년치 수주 잔액은 지난해 매출의 8배 규모"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환산해보면 184조 원에서 최대 200조 원에 이릅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다소 답답해 하고 있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정상 궤도로 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더 강해 보입니다.
<앵커>
하지만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을 살펴보면 대만의 TSMC가 압도적으로 높은게 분명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삼성 파운드리만의 경쟁력은 갖추고 있나요?
<기자>
대만 TSMC보다 매출 규모는 분명히 작습니다.
올 1분기만 놓고 보더라도 TSMC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2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삼성 비메모리 매출이 6조원을 조금 넘긴 것과 비교하면 거의 4배 가까이 차이나는 상황입니다.
점유율 역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만 비교해도 TSMC는 53%였고, 삼성은 18%였습니다.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기술 주도권을 쥐었다고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지표가 몇 가지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문제가 됐던 3나노 수율 문제입니다.
수율이라는 것은 전체 제품 중에서 정상 제품의 비율을 말하는데요.
그동안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은 20~30%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만큼 불량품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를 취재해 본 결과 그동안 수율이 낮아서 양산에 차질을 빚었던 3나노 수율이 문제없이 올라가고 있다고 최고 경영진과 이사회에 최근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올 2분기 안에 3나노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는데요.
이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사실상 3나노 양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3나노 보다 더 미세한 2나노도 TSMC보다 1년 앞당긴 2025년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입니다.
이는 공정의 차이에 따라 양산 시점이 나뉜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데요.
3나노 공정부터 삼성은 게이트 올 어라운드 방식 즉, GAA 공정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고, TSMC는 기존 방식인 핀펫방식을 고수했습니다.
TSMC의 경우는 변화 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뒀고,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보다 빠르게 넥스트 공정을 도입하면서 게임체인저를 노린 상황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3나노 미만의 초미세공정으로 가려면 GAA공정으로 넘어가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이미 3나노부터 GAA 공정을 도입한 삼성전자가 이제 도입을 앞둔 TSMC보다 2나노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결국 이런 점들이 TSMC와의 나노 전쟁에서 삼성의 승리를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앵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 삼성의 저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꼈을 법 한데 어떻습니까?
<기자>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TSMC는 느긋할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TSMC는 1.4나노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일, 대만 연합보는 TSMC가 3㎚ 공정 연구개발팀을 1.4㎚ 공정 연구개발팀으로 전환해서 다음 달부터 정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TSMC는 초미세공정에서 현재 안정적인 5나노 양산 체계를 갖춘 상태입니다.
올 8월까지 3나노를 양산하고, 2나노는 2026년까지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1.4나노 개발팀을 가동하겠다는 것인데요. 이 경우 양산 시점은 2027년~2028년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삼성전자의 3나노 안정화를 감지한 TSMC가 서둘러서 1.4나노 계획을 흘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앵커>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고가의 장비도 도입해야하고 투자 규모를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 나노 경쟁을 펼치는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어떻습니까?
<기자>
투자 규모도 TSMC가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앞섭니다.
TSMC는 올해 투자 예산을 최대 57조 원로 책정했습니다.
TSMC의 지난해 매출이 우리 돈으로 70조 원 정도 됐거든요.
지난해 매출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거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인텔도 투자 규모로 놓고 보면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텔은 연구개발(R&D)에만 자사 역대급 규모인 15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요.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9조 3,700억 원에 달합니다.
올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12조~16조 원 수준, 경쟁자를 보다 확실히 작은 규모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치열한 승부,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기자>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 TSMC를 삼성전자가 거세게 추격하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인텔이라는 복병이 다시 등장해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초미세공정으로 넘어가면서 생산량 보다 기술적 주도권을 잡는 쪽이 휠씬 유리합니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 성공은 시장 판도를 바꿀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