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페이퍼와 원스토어가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를 결정했다. 이같은 상장 철회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는 이날 오전 글로벌세아그룹 고위 관계자와 주관사 등이 모두 참여한 회의를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상장 재추진 여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2016년 자진 상장 폐지 이후 6년 만의 재상장이 무산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는 지난 9~10일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 물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
희망 공모가격(1만 9천~2만 2천원) 하단 아래로 공모가를 내릴 의향이 있다면 주문을 넣겠다는 매수 문의가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세아그룹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철회로 이어진 것이다.
태림페이퍼는 공모 과정에서 골판지 원지 업계 1위라는 위치를 주요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포장재 시장의 확대, 친환경 바람에 힘입은 골판지 수요 증가 등을 성장 근거로 꼽았다.
연간 20% 이상의 배당성향 유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도 제시했다. 다만 이같은 상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투심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철회의 직접적 요인으로는 시장 눈높이와 맞지 않았던 기업가치가 거론된다.
태림페이퍼는 이미 상장한 아세아제지. 대영포장 등 골판지 관련 기업들을 비교 기업으로 삼아 희망 공모가 범위를 산출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판지 수요 확대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태림페이퍼의 공모가 산정 과정에도 업계 평균보다 두 배 가량에 달하는 11배의 주가수익비율(PER) 배수가 적용됐다. 이에 따른 공모가 희망범위는 주당 1만 9천~2만 2천원으로 산출됐다.
최근 급변한 증시 상황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빨라지며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태림페이퍼 관계자는 "최근 증시의 변동성과 불안성이 크고, 시기적으로 당사의 온전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 추진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상반기 IPO 대어로 꼽히던 원스토어 역시 기관 수요예측 실적이 부진한 탓에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원스토어는 이날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 KB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SK증권 최대주주 SK스퀘어 등과 회의를 거친 결과, 상장 철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 계열사 중 첫 IPO 주자로 나선 SK쉴더스가 지난 6일 상장을 철회하고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는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공모가를 낮춰 증시 입성을 도전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논의 결과 현재 증시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스토어는 지난 9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상장 방침을 굽히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 옥석이 가려진다"며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도 상장을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스토어는 IPO를 통해 총 666만주를 공모하기로 했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3만 4,300원~4만 1,700원으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대 1조 1,11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이재환 대표는 "어려운 시장 상황이 모두 반영된 공모가"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9~10일 기관투자자 공모 과정에서 공모 희망가를 밑도는 금액이 나오며 수요가 줄어든 점이 확인됐다. 참여기관 중 상당수가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2만 5천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지난 수 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들어 상장을 철회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SK쉴더스, 태림페이퍼에 이어 원스토어까지 모두 여섯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