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영국 찰스 왕세자가 여왕을 대신해 처음으로 의회 '여왕연설'이라는 주요한 헌법 기능을 수행했다.
이는 왕위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찰스 왕세자는 10일(현지시간) 96세 고령으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행으로 의회에 나와 여왕연설(Queen's speech)을 읽었다.
찰스 왕세자는 지난해까지는 여왕을 옆에서 보좌했는데 올해는 부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콘월 공작 부인)와 아들 윌리엄 왕세손을 대동하고 와서 중앙에 앉았다.
데일리 메일은 찰스 왕세자가 감정이 솟구치는 듯 여왕연설을 읽기 전에 옆에 놓인 왕관을 쳐다봤다고 전했다.
올해 즉위 70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장기 집권하면서 1948년 11월생인 찰스 왕세자는 노년기에 접어들었어도 왕위 서열 1위 자리에 머물렀다.
왕실에서는 여왕이 평생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위 가능성을 일축하곤 했다.
실제 여왕은 나이가 들며 소소한 역할을 다른 왕실 일가에 맡기기는 해도 주요한 공무는 내려놓지 않고 성실하게 수행해왔다.
특히 여왕이 정부의 주요 법안 계획을 발표하는 여왕연설에 불참한 것은 70년 재임 중 단 두 차례뿐이고, 마지막은 59년 전이다. 당시 대행은 왕실 일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었다.
다만, 2019년부터는 마차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고 왕관을 쓰지 않고 평상복을 입는 등 간소화했다.
여왕은 그러나 작년 가을 병원에 하루 입원한 뒤로는 대외 활동을 대폭 축소했다.
3월에 남편 필립공 추도 예배에는 참석했지만 그 밖의 공식적인 큰 규모 행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왕실은 전날 여왕이 "가끔 있는 거동 불편 문제로 인해 의사와 상의 후 마지못해 (여왕연설)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왕은 최근 지팡이를 짚은 모습을 많이 보였으며 움직이기 어렵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여왕은 윈저성에서 아들이 데뷔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앞으로 여왕이 군주 자리를 지키지만 더욱 뒤로 물러나고 왕세자가 섭정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그러면서 이날 왕관이 찰스 왕세자의 앞이 아니라 비어있는 여왕의 자리 앞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