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 유학파" 어쩌다…올림픽대로 귀신의 정체

입력 2022-05-09 15:30
수정 2022-05-09 16:25


차가 쌩쌩 달리는 올림픽대로에서 차량 사이를 유유히 걸어가는 여성의 정체가 드러났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온라인을 들썩이게 한 여성 A씨의 친언니가 등장해 사연을 전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A씨가 올림픽대로 왕복 8차선 도로에서 롱패딩을 입고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태연하게 도로를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봄 날씨에 범상치 않은 옷차림과 당당한 발걸음에 시민이 포착한 영상이 '올림픽대로에 출몰한 귀신'이라는 제목으로 퍼져나갔다.

A씨의 가족은 "동생이 이토록 위험한 일상을 보낸 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A씨의 언니 B씨는 "(영상을 보니) 누가 봐도 내 동생이었다. 어디까지 걸어갔었다고 말로만 들었지 그렇게 화면으로 본 건 처음이니까 손이 떨렸다"고 말했다.

B씨는 동생이 올림픽대로를 건넌 이유에 대해 "아마 다니는 교회로 가지 않았나 싶다. 신앙 쪽으로 미쳐 있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학창 시절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로 똑똑했다. 하지만 유학을 다녀온 20대 초반부터 조금씩 이상해졌다고 한다. 자기 몸 안에 할머니가 있는 것처럼 이상한 말을 한다거나 한밤중 집에서 도망쳐 기도원으로 가는 등 교회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어머니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B씨 "동생이 이상한 소리 할 때, 누가 봐도 이상한 소리인데 엄마는 신이 하는 소리라면서 귀를 기울이시더라"며 "엄마가 (동생에게) 손을 얹고 '마귀야 나가라' 하면서 기도하셨다"고 했다.

A씨는 보행자 출입이 금지된 올림픽대로를 걸어간 이유를 묻자 횡설수설했다. 그는 "저는 면허증이 없어서 그런 위험한 길인지 모르고 흘러들어갔다"라며 "저 별로 문제없어요. 그냥 저도 그때 미쳤나 봐요"라고 말했다. 또 "갑자기 가다가 조폭 같은 무서운 사람들인 줄 알고 시커먼 사람들이 보였다"고도 했다.

결국 가족들은 A씨를 설득해 병원을 찾았다. A씨를 상담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초기에는 환청과 망상이 주된 증상이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조현병과 조울증이 함께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사진=SB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