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韓 경제·증시 '업그레이드' 어떻게 해야 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5-09 13:34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새정부가 출범한다. 출범 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최우선수위를 둔 문재인 정부와 달리 경제 우선의 원칙을 표방할 정도로 대내외 과제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 무엇보다 새정부 출범 전부터 거론되는 ‘우리 경제와 관련해 새로운 형태의 위기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하는 첫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첫째, 경기와 관련된 종전의 한국 경제 위기론은 경착륙, 디플레이션이 거론돼 왔다. 전자는 경기순환 상 성장률이 경제주체들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는 것인데 반해 후자는 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 국면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두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위기론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됨에 따라 경기와 관련된 위기론도 바뀌고 있다.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플레이션과 성장률 둔화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률 간 오쿤 계수가 떨어지고 실업률과 인플레 간 필립스 관계가 우상향으로 전환된 점을 들어 스테그플레이션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그림1> 한국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2년 3월)

둘째, 부채와 관련해 가계 부문이 항상 거론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가 부문, 즉 국채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에 37%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불과 4년 만에 51%로 급증했고 2026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보고 있다. 가계부채가 많아 신용갭(credit-to-GDP gap)이 1972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수준에 달하고 은행의 국채보유비중이 많은 여건에서 국채위기가 발생하면 민간으로 전염돼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도확률지표인 크레딧 디폴트 스와프(CDS) 프레미엄의 전염도를 따져보면 국채가 1% 오르면 은행은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온다.

셋째, 1990년대 들어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는 추세에 맞춰 정부가 대외부문의 빗장을 푸는 과정에서 개방화 위기가 제기됐다. 수출지향적 정책을 추진하지만 당시 경제발전단계에 비해 개방화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느냐는 우려다. 특히 1990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외환위기를 겪음에 따라 이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개방화 위기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정반대 상황으로 바뀌었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중남미 에콰도르령(領)인 갈라파고스 제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것에 빗대 세계 흐름과 격리되는 폐쇄형 위기를 말한다.

넷째, 정부 차원에서 개방화 위기가 제기될 때 민감 차원에서 기업이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곧바로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밖에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으로 이 우려는 줄어들었다. 리쇼오링 정책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강화되는 추세다. 그 대신 자본 공동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17년 14억 달러에 불과했던 해외주식 투자액이 작년에는 218억 달러로 급증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2021년 기준)도 미국 상업용 건물의 경우 세계에서 3위를 기록할 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외환위기 경험국 입장에서 자본 공동화는 국부 유출로 인식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다섯째, 대외경제 위상과 관련해 고질적으로 우려돼 왔던 것이 MIT, 즉 중진국 함정이다. 2006년 세계은행(World Bank)가 처음 사용한 MIT는 아르헨티나, 필리핀처럼 신흥국이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선진국 문턱에 와서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다가 신흥국으로 재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를 제외하고는 선진국에 속한다. 앞으로 우려되는 것은 선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선진국 함정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정치, 행정규제, 국가부채, 글로벌, 젠더 등 5개 분야의 후진성 때문이다. 우리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동방의 등볼’이라 불리울 만큼 세계에서 주목받았던 한국 경제가 왜 이렇게 5대 위기론이 거론될 만큼 나락으로 추락했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 나라 살림을 사상 최대 규모로 풀었는데 경기가 안 좋다면 그 어느 때보다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뽑아준 정책 결정자와 집행자에게 당연히 물을 수 있는 의문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디지털 콘택트 추세가 급진전되면서 이제는 ‘세계가 하나(united states of world)’라는 용어가 어색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지구촌 사회에 있어서 세계를 주도하지 못하는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은 세계 흐름에 동참하는 길이다. 한국처럼 수출 지향적 압축성장한 국가일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림2> 속속 고개 숙이는 주요 세계 경제지표 (자료 :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2년 3월)

문재인 정부 들어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는 의외로 많았다. 정부의 역할이 세계는 ‘작은 정부’을 지향하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했다. 거시경제 목표도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대다수 국민은 분배로 인식)’, 제조업 정책은 ‘리쇼오링’ 대비 ‘오프쇼오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이었다. 규제 정책은 ‘프리 존’ 대비 ‘유니크 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 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었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정책결정과 집행권자의 의식과 가치가 이 함정에 빠졌던 것도 더 큰 문제였다.

경제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도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했다. 여당과 경제부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은행조차도 1선 목표인 인플레 안정 기준에서 보면 다른 국가에 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적었지만 부동산 투기 등을 잡기 위해 ‘대내외 불균형 시정’이라는 애매모호한 이유를 들어 금리를 올린 것이 결과적으로 경기를 더 어렵게 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채무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높아질 정도로 재정을 많이 지출했지만 정작 성장 기여도는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정 수입이 기업과 국민의 경제활동에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이 걷었거나, 재정지출이 늘어난 공무원 봉급 등 일반 경직성 경비와 복지비 등 단순 소득 이전 항목을 중심으로 집행돼 경기적인 측면에서 잘못 운영됐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패를 훤히 그것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증강현실 시대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 집권 내내 ‘성장률이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감에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기와 관련해서 우리 내부에서는 이분법적인 사고 악습이 있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새 정부는 국정운영의 목표와 틀을 다시 짜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문재인 정부 내내 국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웠던 남북문제에 쏠려있는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경제’ 쪽으로 돌린다고 표방만 해서는 안된다. 구체적인 행동계회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갑작스런 선회가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경제’와 균형은 맞출 필요는 있다.

‘경제’ 우선의 국정운영의 틀이 잡히면 기본설계를 바로잡고 경제 리더십을 강화하는 일이 그다음 과제다. 문재인 정부의 양대 국정목표인 ‘혁신 성장’은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필요한 만큼 이어받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중대재해법 등 소득주도성장 실천과제들은 재검토해 되돌려놓아야 한다. ‘세계가 하나’인 시대에서 미국과 중국처럼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없다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은 한국과 같은 국가의 기본 성장전략이다. 특히 기업정책은 세계적인 추세와 맞춰야 한다. 그 어느 국가보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을 듣는 여건에서는 성장하는 대에는 한계가 있다.



<그림3> 한국 인구구조 (자료 : UN Population Prospects) <그림4> 한국 잠재성장률 (자료 : IMF)

출범 직전부터 경제 우선의 원칙을 표방한 새정부가 앞으로 5년 후 성공 여부를 결정할 열쇠(key)는 이런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을 기원한다. 5대 위기론에 봉착한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