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 추가 하락?…인플레·금리인상 '악재'

입력 2022-05-09 07:07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미국의 경제를 주도한 기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속 팽창한 전자상거래, 디지털 광고, 전기차, 차량호출 서비스, 음식 배달 분야의 기업들이 2년 만에 성장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회사들조차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인력을 줄이기 시작한 것은 기술기업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 기술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를 빠른 속도로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들어 50% 이상 급락한 펠로톤과 리프트는 물론 넷플릭스,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도 연초 대비 하락률이 30%를 넘는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3% 하락했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보다 빅테크주의 부진이 더욱 심각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둘로 나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잘 준비된 기술기업들이 일시적인 침체의 시기를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 현상은 기술 산업과 투자자들에게 더 깊은 하락의 초기 징후일 뿐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는 것이다.

1조6천억달러의 운용자산 중 상당액을 빅테크에 투자한 인베스코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케빈 홀트는 WSJ에 "그동안 시장은 흥청망청 호황을 누렸다"며 투자자들이 역사적인 저금리 시기 동안 성장 자체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췄던 것이 아닌지 돌아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근 기술주 부진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오프라인 매장들의 영업 정상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한 공급망 추가 차질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 환경에서 글로벌 자본을 빨아들이던 기술주들의 적정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든 것은 물론 지난 2년간 '팬데믹 특수'를 누리던 온라인 유통업체와 화상회의 플랫폼,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마크 스토클 애덤스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에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를 원한다. 바로 기술 분야가 (위험 회피의) 가장 쉬운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반도체 설계회사나 팬데믹 관련 수요가 몰렸던 종목들을 피하고 다른 업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WSJ은 전했다.

기술주 내에서도 업체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블랭키샤인 자산운용의 로버트 샤인 CIO는 재무 상태가 튼튼한 기존 기술주들에 주로 집중하고, 실적이 별로 없는 신생 스타트업들은 투자 후순위로 미뤄둘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