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이 미국 정부에 제출한 반도체 정보가 경쟁사에 흘러나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오일석 연구위원은 3일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 따른 디지털 진영화와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서 "공급 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산 등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환경에서 경제안보적 관점의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 지난해 9월 말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고객사 정보 등 민감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26개 항목의 설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8일 미 상무부에 민감한 내용을 제외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오 연구위원은 "당시 미국은 삼성 등이 자료 공개를 거부할 경우 특정 제품 생산과 공급에 대한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DPA(Defense Production Act, 국방물자생산법)를 발동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객정보와 같은 민감한 내용은 일단 제외했기 때문에 미국이 추가로 자료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일 미 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출한 자료를 미국 경쟁사에) 공유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인텔과 같은 미국 경쟁기업 자료도 삼성과 대만 TSMC 등 '반도체 대책 화상회의'에 참가한 기업들 상에서 공유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사이버 공격이나 악의적 기업 인수·합병 및 산업기밀 유출 등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기술 탈취를 금지할 것을 보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연구위원은 반도체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백악관에 사이버안보신기술 담당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신설한 것을 참고해 윤석열 정부도 국가안보실에 제3차장을 신설, 사이버안보와 신기술 안보 및 공급망 안보 문제를 담당하도록 거버넌스 구조를 개편하는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반도체 투자기업에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고 대학의 관련 학과 정원을 과감하게 늘리는 등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 국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