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비씨카드 사장이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신결제 플랫폼 '폰페이'를 야심작으로 내놨다. 최 사장의 취임 후 첫 작품인 만큼 야심작 '폰페이'에 대한 비씨카드 내부의 기대감은 높다.
하지만 빅테크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그간 비씨카드는 온·오프라인 통합 결제 플랫폼인 '페이북'을 전면에 내세워 간편결제시장 확대에 주력해 왔으나,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사의 간편결제서비스에 밀려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비씨카드는 3일 업계 최초로 휴대폰 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폰페이'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는 최 사장 취임 이후 통신과 결제간 통합 시너지의 첫 번째 성과물이다.
자신의 결제수단을 휴대폰 번호에 연동시켜 놓으면, 추후 결제 비밀번호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KT와 CJ 등 기업과 협업 중에 있다. 비씨카드는 향후 대주주인 KT와 K쇼핑 등 DIGICO KT 차원의 시너지를 통해 폰페이 기반 고객 경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미 빅테크들이 자리잡은 간편결제시장에서 최 사장의 야심작이 제대로 먹힐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지난 2017년 채종진 비씨카드 사장 시절 출시된 온·오프라인 통합 결제 플랫폼 '페이북'은 출시 초반 약 300만명 이용자를 돌파, 바통을 이어 받은 이문환 전 비씨카드 사장이 리뉴얼 등을 통해 1,000만 이용자까지 유치했지만 결국 카카오페이(3,700만명)와 토스(2,200만명) 등 빅테크 플랫폼에 밀려 현재 점유율 확대가 더딘 상황이다.
실제 이용 활성화 부분에서도 여전히 빅테크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애플리케이션 구매 서비스 분석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금융결제앱 사용자 수는 삼성페이가 1,485만명으로 1위였고 이어 토스,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 스타뱅킹, 신한 SOL,NH스마트뱅킹 순이었다. 비씨카드의 페이북은 7위에 머물렀다. 2022년 5월 현재 기준으로도 페이북은 구글플레이 안드로이드앱 차트에서 카카오페이, 토스 등에 밀려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페이북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결제수단을 입력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간편결제 플랫폼이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빅테크 플랫폼, 오프라인에서는 삼성페이라는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0년에는 약 1,600만 원이 페이북에서 부정결제되는 사고도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비씨카드는 최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접목해 페이북 내 자산과 재테크 서비스까지 탑재, 여기에 페이북 머니를 기반으로 한 체크카드까지 출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 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체질 개선'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성장이 더딘 페이북에 대한 '부스터'와 더불어 간편결제 플랫폼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통신과 금융 결합 등 그간 없었던 결제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여기에 최근 최대 회원사였던 우리카드가 독자망을 구축해 이탈하면서 또 다른 수익 기반을 찾아야 하는 점도 '폰페이'에 대한 최 사장의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씨카드는 그 동안 결제망을 제공하는 카드결제 프로세싱 대행업무를 통한 수익에 집중해왔는데, 그 중 40% 가량을 차지했던 우리카드의 이탈로 수익 기반 축소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이미 수많은 간편결제 플랫폼들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현재 상황에서 기존 금융사, 특히 카드사가 앱을 통해 성공하는 케이스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씨카드로서는 QR이나 바코드 등 외에 결제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불가피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편의성 부분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