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30일(현지시간) 주식시장이 지난 몇 년간 변동성이 큰 '도박장'처럼 변했다고 꼬집었다.
버핏은 이날 자신이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투자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최근 대폭 투자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는 최근의 투기적 투자 행위를 보면서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도록 자극하는 금융 업계의 동향을 비판했다. 다만 이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시장 환경이 투자 대상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의장 찰리 멍거도 "(거래) 규모 면에서 순전히 도박같은 행동이 지금처럼 매일 일어나는 때가 없었다"라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이런 투기성으로 버크셔 해서웨이가 저평가된 사업 분야를 포착할 기회가 있었고 그 덕분에 1천60억 달러(약 134조원)의 현금을 가동할 수 있었다"라며 "그 미친 도박(과 같은 시장)때문에 더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본다"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버핏은 이날 비디오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액티비전)의 지분을 9.5% 보유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베팅하고 차익 거래를 위해 이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은 MS가 액티비전 인수를 발표한 뒤에도 주가가 MS의 제안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주식을 더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약 10억달러(약 1조2천600억원) 상당의 액티비전 주식을 처음 사들였다. 버핏은 당시 MS가 이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MS는 올해 1월 액티비전을 주당 95달러, 총 687억달러(약 86조8천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9일 액티비전 주가는 인수 제안가보다 크게 낮은 75.60달러에 장을 마쳤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액티비전 지분이) 10%를 넘어서면 이를 (증권 당국에) 신고할 것"이라면서 "인수 거래가 성사되면 우리는 돈을 좀 벌 것이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수를 심사할) 미 법무부가 무얼 할지 모른다. 유럽연합(EU)이 무얼 할지도, 다른 30개 국가가 무얼 할지도 모른다"면서도 "우리가 아는 한 가지는 MS가 돈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고 한탄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버핏은 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재차 피력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더라도 이를 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비트코인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버핏은 "내년에, 혹은 5년 뒤, 10년 뒤 그게 오를지, 내려갈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아는 한 가지는 그게 아무것도 창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