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방송인 하리수(47·본명 이경은)가 28일 국회를 찾아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했다.
하리수는 이날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주최로 열린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하리수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으로서 방송에서 당했던 차별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말했다.
그는 "앞에선 당당했고 유쾌한 삶을 살았지만 뒤에선 우는 날도 많았고, 나로 인해 가족들이 상처를 받고 모든 것이 비수로 돌아왔을 때 집에 가서 입을 열지 않았다"며 "방송에 비치는 나와 평소의 나는 굉장히 다르다"고 했다.
이어 "(차별금지법 제정에 노력했던) 고 노회찬 의원님과 뜻이 맞아 그분을 지지하고 기리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는 연예인이 되겠다는 게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하씨를 비롯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사회 각계 인사 80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청회 계획이 통과돼 15년 만에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됐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제 이 사회에 인권과 존엄이 뿌리내리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입법을 요구해왔으나 보수 종교계가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차제연의 이종걸·미류 활동가는 지난 11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2일부터는 단식농성장에서 시민들과의 동조 단식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