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잘 보아야 합니다. 시장이 어렵다고 현금만 늘리는 것보다는 투자가 낫습니다. 올해 하반기 시장 회복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세계적인 투자 거물과의 회동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뉴욕에서 특파원단을 만난 진 사장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투자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투자 환경이 KIC에 호의적인 상황은 아니다. 전쟁이라는 변수로 러시아 지역 투자평가액은 사실상 '0'에 가까워졌고, 강달러 현상은 국부펀드에게는 수익률을 절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공급 불균형이 만들어낸 고물가 현상은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진승호 사장은 "내부 수익률 지표를 확정하기 어려울 만큼 시장 변동성이 크다"면서도 "어려운 금리 환경이 다가오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테크'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기술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 의향이 있다는 뜻이다. 공사 내부 논의 결과 글로벌 시장의 하반기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도 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글로벌 벤처 기업의 초기 투자도 확대하겠다는 복안 역시 내비쳤다. 진 사장은 KIC가 운영하는 벤처투자 프로그램인 KVG의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KVG는 전세계 글로벌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2억 달러 규모의 1호 펀드 출범 후 현재 3억 달러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 중이다. 올해까지 펀드 조성이 마무리되면 투자 자금을 더 늘린 3호 펀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KIC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초기 투자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는 "국부펀드는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불안한 투자처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냥 사라질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공부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간접투자를 비롯 현재까지 가상자산 투자는 전무하지만, 내부 검토는 하고 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KIC는 자산 규모 세계 14위의 거대 국부펀드다. 자산 규모를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며 세계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음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밀컨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진 사장은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이규성 칼라일 회장·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빌 에크먼 퍼싱스퀘어 CEO 등과 만나 투자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