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1위 뉴스케일파워 상장 코 앞…두산에너빌리티 웃는다

입력 2022-04-28 14:40
수정 2022-04-28 14:40
<앵커>

새 정부가 탈원전을 폐기하기로 하면서 원전 산업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용과 안전성 면에서 기존 대형 원전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진 차세대 원전, 이른바 SMR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미국에서 SMR 관련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국내 기업들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어떤 기업이 증시에 입성합니까?

<기자>

뉴스케일파워라는 SMR 설계 전문 기업입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고요. 이미 나스닥에 상장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서 우회 상장하는 식입니다.

현지시간으로 28일 오전 10시, 우리 시간으로는 오늘 자정부터 합병을 승인 받기 위한 주주총회를 여는데요.

합병이 승인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 영업일에 합병된 기업이 'SMR'이라는 종목명으로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증권가에서는 뉴스케일파워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최대 5조원까지 보고 있습니다.

<앵커>

SMR이 도대체 뭐길래 그런 후한 평가를 받는 건가요?

<기자>

Small Modular Reactor. 말 그대로 작은, 부품 같은 원자로를 의미합니다.

통상 원전은 핵반응이 발생하는 원자로, 그 원자로에서 생기는 열로 증기를 만드는 증기발생기, 방사능 누출을 막는 냉각기 같은 주요 기기가 별도로 분리돼 있는데요.

SMR은 바로 이런 기기들을 하나의 용기에 모두 담은 형태입니다.

공장에서 제작이 가능하고 모듈 형태로 운송할 수 있어 원전 건설현장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습니다.

전기출력도 일반 원자로에 비해 낮은 300㎿ 수준입니다.

여기에 탄소 배출도 거의 없고 안전성도 뛰어나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세계 SMR 시장이 오는 2035년 400조원에서 최대 6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로 그런 시장에서 뉴스케일파워는 원자력 관련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따낸 유일한 기업입니다.

<앵커>

NRC 설계 인증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기자>

NRC 인증을 받은 게 왜 의미가 있냐면요. SMR 기업 중에 테라파워라는 곳이 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회사고, 역시 뉴스케일파워처럼 원자로 설계를 하는 곳입니다.

국내에서는 차세대 먹거리로 SMR을 점찍은 SK그룹이 투자를 검토 중인 곳이기도 하고요.

일단 테라파워가 개발을 하려는 SMR 자체는 뉴스케일파워의 SMR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델이긴 합니다. 연료 이용률 면에서요.

하지만 테라파워의 SMR은 아직 NRC의 인증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상용화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거죠.

결국 현재로선 SMR 관련 가장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은 뉴스케일파워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SMR이 유망하고 뉴스케일파워가 대단한 기술을 가진 기업인 건 알겠는데, 어쨌거나 미국 기업이잖아요?

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데 우리 기업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기자>

차세대 원전인 SMR과 뉴스케일파워의 성장성을 알아보고 미리 지분을 투자한 국내 기업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그리고 GS에너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사들과 지난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뉴스케일파워에 약 1억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29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장부가상 주당 매입가는 약 2,500원(지난해 말 기준)인데요.

뉴스케일파워가 스팩 합병으로 상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공모가가 10달러(약 1만2천원)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순히 수학적으로는 최소 5배 가량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합병 비율을 고려하면 달라질 순 있겠지만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죠.

삼성물산도 총 5천만 달러(약 610억원)를 투자했는데요. 이 중 2천만 달러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매입 단가, 소위 '평단'이 비슷합니다.

나머지 3천만 달러는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 형태로 들어갔으니까 어쨌든 상장 이후 가격 보다는 싸게 살 수 있는 계약인 것이고요.

GS에너지는 일단 공식적으로 투자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시장에서는 53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작년 6월에 GS에너지가 미국에 투자 법인을 하나 세웠거든요. GS에너지가 100% 출자한 법인인데, GS에너지는 바로 이 법인을 통해서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분 투자 말고도 사업을 함께 하는 등의 장기적인 모멘텀은 없나요?

<기자>

국내 투자사 3곳은 뉴스케일파워가 상장하더라도 바로 지분을 처분해서 수익을 실현하지는 않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 보다는 사업 파트너로서의 기회를 더 크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세 회사와 뉴스케일파워는 최근 전 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쉽게 말해 네 기업이 세계 SMR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한 배를 탄 겁니다.

뉴스케일파워가 SMR을 설계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그에 맞는 기자재를 공급하고, 삼성물산은 그걸 모아 발전소를 짓고, GS에너지가 운영하는 식인 거죠.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사장이 한국 회사들과 협력해 10년 안에 SMR로 전 세계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우리 기업들로선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긴 셈입니다.

<앵커>

세 기업 중 가장 기대가 큰 곳은 어디일까요?

<기자>

SMR은 모든 원자로 구성품이 일체형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따라서 기존 제조 기술을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이 없으면 당연히 발전소도 짓기 힘들겠죠.

따라서 세 회사 모두 뉴스케일파워와 손을 잡았지만 아무래도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가지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성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발전소 시공을 다른 나라 회사가 하더라도 부품은 두산에너빌리티 것을 써야한다는 소리거든요.

그만큼 기자재 제작 기술이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뉴스케일파워가 국내 회사 중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이 두산에너빌리티입니다.

심지어 자국 업체 우선 방침에 따라 먼저 접촉하던 미국 회사를 속된 말로 내치고, 두산에너빌리티를 택한 거거든요.

당장 오는 2029년 첫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는 뉴스케일파워의 SMR에 두산에너빌리티의 부품이 쓰일 전망이고요.

이런 식으로 뉴스케일파워가 SMR 공급을 확대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계약을 따낼 수 있는 규모만 3조원 이상으로 점쳐집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 아시다시피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중공업의 새 이름이죠.

두산중공업이던 시절 100여기가 넘는 원전의 기자재를 제작해 온, 사실상 대한민국 원전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큰 위기를 맞았었죠.

이제 회사 이름도 바꾸고, 새 정부가 원전 확대를 공약한 만큼 부활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