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철강사들의 올해 1분기 또다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원자재값이 오름에 따라 제품 가격까지 올랐기 때문인데요. 철강사들은 앞으로도 가격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선박과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야 하는 회사들은 비용 부담을 떠넘긴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오늘도 실적이 좋게 나온 것 같은데 철강사들이 돈을 얼마나 잘 번 겁니까?
<기자> 네. 철강사 '빅3'라고 부르는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요. 포스코홀딩스의 철강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5월에 실적을 발표하는 동국제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사업을 맡고 있는 포스코의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지만, 오늘 오후 실적을 발표한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앵커> 지난해부터 철강사들의 실적은 좋았잖아요. 성장세가 계속되는 건가요.
<기자> 네. 중국이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철강 수출을 규제하면서 값 싼 중국산 철강의 국내 유입이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었습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6배 가까이 증가했고요.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32배 늘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값 안정은 당장엔 힘들어 보입니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 수 있어 1분기 실적이 고점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원자재값 상승으로 철강사들이 돈 잘 버는 건 알겠고, 문제는 철강을 사야 하는 조선사나 완성차 업체 입장인데요. 고객들에게 인상된 가격을 온전히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는 없잖습니까. 부르는 대로 값을 처준답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다시 활발해진 수주 물량을 따내려는 조선사들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곧 생명입니다. 일반적으로 분기, 길게는 반기마다 업체간 협상을 통해 해당 기간 동안 가격을 정하는데요.
선박 건조에 쓰는 후판 같은 경우에는 지난해 초에 톤(t)당 65~70만 원대였다가 지금은 120~140만 원대로 1년새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조선사들은 더 이상은 못 버틴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4월 초 마무리가 됐어야 할 상반기 가격 협상이 아직까지 결론나지 못 했습니다.
반대로 철강제품에 쓰는 철광석 가격과 제철용 원료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철강업체는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철강사 관계자는 "우리는 원가비용이 70%고 선박은 20% 수준인데 우리만 손해볼 수 없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해 갈등이 첨예한 상황입니다.
<앵커> 자동차 업체와는 협상 속도가 진전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을 받아들인 겁니까.
<기자> 선박 후판과 달리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은 속도가 붙어 15만 원 인상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입니다. 신재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15만원 또 인상…차 값 또 오르나
<신재근 기자> 차량용 강판 가격이 톤당 15만 원 인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철강사들과 완성차 회사들은 상반기 가격 인상폭을 15만원 선으로 잠정 합의하고, 내부 결재만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격 인상이 확정되면 지난해 상반기 톤(t)당 5만 원을 시작으로 3분기 연속 인상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강판 소비량은 700만 톤, 따라서 연간 원재료비 부담이 1조 원 넘게 늘어나게 됩니다.
[주우정 / 기아 재경본부장(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원자재값 인상으로 인해 2분기엔 재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 같습니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가중되면서 추가적인 차값 인상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분기에도 차량 판매 가격을 올렸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 교수: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전체적인 차량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이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앵커> 자동체 업계가 15만 원 정도 가격 인상폭을 받아들였다면 조선업계와의 협상도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기자> 업계에서는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의 협상도 비슷한 10만 원대 수준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앞서 보신 자동차업계와 다르게요. 수주량이 크게 늘었지만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올해도 모두 적자가 예상돼 상황이 더 급합니다. 또 조선업은 수주를 받아 물량은 인도해 대금을 받기까지 2~3년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가격 인상폭을 선박 가격에 반영하기에는 시간차가 존재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염려가 있습니다.
실제 국내 조선사의 연간 후판 수요는 430만톤으로 추정되는데요. 톤당 10만 원만 인상해도 4,3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철강사들이 가격을 또 올린다니 저항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만약 시장 예상보다 후판 가격이 더 오른 채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조선사들의 수익성은 더 악화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오늘 기사 유튜브에 올라갑니다. 제목과 해시태그는요?
<기자> 원자재값 오르니 비용 부담 신경전, 해시태그는 #아이언플레이션 #비용부담 줄다리기로 잡았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산업부 정재홍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