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퇴출 줄 이을까…전운 감도는 재개발 현장
<앵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전국 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퇴출당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사고로 브랜드 이미지가 깎여 조합원들이 손해를 본다는 게 이유입니다.
현대산업개발 계약 해지 조합 투표를 앞둔 재개발 현장을 정재홍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정재홍 기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현장입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구축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석면 해체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2,618가구를 신축하는데 총 공사비만 5천억 원. 건설 차량과 인력들로 분주해야 할 현장 주변은 썰렁합니다.
광주 학동 철거 붕괴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현대산업개발을 두고 2천여 명에 달하는 재건축 조합원들의 시공사 교체 찬반 투표가 임박했습니다.
당장 시공사를 교체하고 싶어도 최악의 상황엔 소송까지 가야해 조합원들의 속내가 복잡합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조합원들 분위기가 어때요?) 반반이에요. (결과는) 지나가봐야겠죠.]
[주원준 / 안양 뉴타운맨션삼호 재건축 조합장: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것보단 협상을 통해 조합원의 이익을 담보받고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게 한 주류고, 또 한 주류는 평생을 살면서 못 믿겠다 가슴 졸이며 살기 싫다는 게…]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전국 각지 신축·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이번 달에만 2곳의 재건축 조합이 계약 해지 결정을 놓고 조합원 투표를 합니다.
이곳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에 참여한 서울 이문3구역 재개발 현장입니다. 재개발 조합은 이달 말 열릴 총회에서 현대산업개발을 퇴출할지 결정합니다.
이문3구역에서는 구조물을 올리기 위해 흙을 파내는 터파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공사 단계가 진척돼 있어 조합 투표 결과 계약 해지로 결론이 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계약 해지 결과가 나오더라도 같이 컨소시엄을 꾸려 시공에 참여한 GS건설과 공동이행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우종 /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장: 일부 조합원들은 공동이행방식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GS건설에서 공사를 하고 현대산업개발과 공동이행방식으로 해서 브랜드는 GS건설로 하는 것으로…]
당국의 영업정지 처분에 법원이 현대산업개발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일단 영업활동은 지속됩니다. 다음달 공사비만 1조 원이 넘는 부산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 계약 해지 총회가 예고되는 등 곳곳에서 현대산업개발을 퇴출하려는 움직임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현대산업개발...계약 파기 줄섰다
<앵커> 계속해서 산업부 정원우 기자와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정재홍 기자 리포트에서 본 것처럼 계약 파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겠죠?
<기자>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요 공시 내용을 보시겠습니다. 공급계약 즉, 수주와 관련한 공시들이 눈에 띕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지만 최근 계약 해지 공시를 몇가지만 보겠습니다.
광주 곤지암역세권 아파트 신축 공사인데 2020년 2월 계약이 체결됐다가 지난 12일 해지됐습니다. 1,829억원 규모이고요. 전체 매출액의 6.6%를 차지합니다.
4월 7일에는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대전 도안 2-2지구) 신축공사가 해지됐습니다. 2018년 11월 계약이 체결됐고 매출액 대비 20.4% 규모인 1조원(1조971억원)이 넘는 공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연이은 사고로 인해 영업중단 위기에 몰렸고 계약이 해지된 것입니다.
<앵커> 실제로 계약해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고 다른 재개발 구역들도 유심히 지켜봐야겠군요?
<기자> 안양 뉴타운삼호 맨션아파트는 지금 이 시간 총회가 진행중인데 투표 결과가 밤늦게 나올 것으로 보이고요. 서울 이문3 재개발 구역도 30일 총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또 다음달 22일에는 부산시민공원 재정비촉진3구역 재개발 조합도 총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 촉진3구역의 경우 1조원에 달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해지되면 실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아파트 건설 공사 말고도 대규모 개발사업들도 위기라고요?
<기자> 현대산업개발의 대형 개발 사업들이 있는데요. 광운대 역세권과 청라 의료타운 등 사업들입니다.
표를 보시면 5개 사업장의 규모만 봐도 8조원에 달하는데요. 용산 철도병원부지의 경우 용산역사박물관이 준공되는 등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됐고 잠실마이스 사업은 한화건설 등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것인데 내년 상반기 실시협약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해 데이터센터는 다음달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개발 사업들의 경우 현대산업개발이나 아이파크라는 직접적인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고, 시공사 변경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 전에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계약 해지 얘기가 나오는 것은 현대산업개발의 영업정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겠죠?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큰 사고를 두차례 냈습니다. 하나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였고요. 올초 1월에는 역시 광주였고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있었습니다.
앞선 사고로 서울시로부터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인한 처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서울시는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예고했습니다.
당초 이번주 월요일이었죠. 지난 18일부터 영업정지가 예정돼 있었는데 현대산업개발이 법원에 영업정지 처분을 미뤄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받아들여져 실제 영업정지는 미뤄뒀습니다.
<앵커> 일단 영업정지가 되면 아예 사업을 멈춰야하는건가요?
<기자> 영업정지가 되면 신규 사업 수주를 못하게 되는 것이고요. 기존에 계약을 체결한 공사들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정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서도 최근 수주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아도 소송으로 가게 되면 실제 처분까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으로라도 수주 물량을 쌓아두는 것"이라고 분석했고요.
다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수주한 사업의 조건은 붕괴 사고 이전에 이미 제시된 것으로 무리한 사업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어쨌든 공사가 해지까지 이어지고 실적에도 당연히 타격이 있겠습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우려도 나오는데요. 앞서 서울시가 올초 일어난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징계로 등록말소까지 예고를 했는데요.
최악의 경우인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지면 본업인 건설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사고는 중대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도급순위 9위인 현대산업개발의 '등록말소' 처분까지는 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을 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3조3,639억원, 영업이익은 2,7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에 비해서 매출액은 8.4%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토막(-53.4%)이 났습니다. 올해 컨센서스는 매출 3조6255억원, 영업이익은 2978억원 수준으로 작년보다 소폭 개선될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3만3400원이 52주 최고가입니다. 올초 광주아이파크 붕괴사고로 1만3,500원까지 떨어진 뒤 오늘은 1만4,800원에 마감했습니다.
<앵커> 네. 오늘 유튜브 제목과 해시태그는 무엇인가요.
<기자> 제목은 ‘한숨 돌린 '현산'…곳곳에서 퇴출 위기, 해시태그는 #벼랑 끝 현산 #계약해지 러시’로 잡았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정원우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