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빚투'(빚내서 투자) 이자율을 속속 높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와 각 증권사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오는 18일부터 일부 구간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인상한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교보증권은 융자기간 61∼90일의 이자율을 연 8.4%에서 8.6%로 0.2%포인트 올리고, 융자기간이 91∼180일인 경우와 180일 초과일 때 금리도 각각 8.6%에서 8.8%로 0.2%포인트씩 인상한다.
융자기간 7일 이내, 8∼15일, 16∼30일, 31∼60일은 각각 4.8%, 5.9%, 6.9%, 7.9%로 기존과 동일하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18일부터 금리 산정방식을 체차법(사용 기간별로 이자율을 달리 적용해 합산하는 방식)에서 소급법(전체 대출 기간에 동일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융자기간이 7일 이내(6.0%→4.8%)인 경우를 제외하고 0.9∼1.7%포인트씩 신용융자 금리를 올린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11일부터 일부 구간에 대해 0.1∼0.6%포인트씩 이자율을 인상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2월 모든 구간별 신용융자 이자율을 0.5%포인트씩 인상했고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구간별로 0.4∼1.6%포인트씩 이자율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기존에는 융자기간이 60일 초과인 경우 9.9% 금리가 적용됐으나 지난달부터 30일 초과 시에도 9.9%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객 불편과 타 증권사와의 경쟁 등을 고려해 '빚투' 금리를 올리는 걸 머뭇대던 증권사들은 더는 인상을 미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대부분은 신용융자 금리 설정 시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본금리로 한 뒤 여기에 가산금리를 얹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더라도 이를 곧바로 신용융자 금리에 반영하기보다는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용융자 금리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증권사들의 금리 인상 압력도 커졌다.
많은 증권사가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 8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 이전 연 0.77%에서 지난 15일 1.72%로 0.95%포인트 뛰었다.
여기에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의 '빚투' 이자율은 더 뛸 전망이다.
상당수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 최고 수준이 이미 9%대에 있는 만큼 연내 신용융자 금리가 1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긴축을 맞아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감소하는 양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월별로 봤을 때 2020년 2월(14조2천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당국의 유동성 완화, 증시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1월 42조1천억원까지 늘었던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2월 18조7천억원, 3월 19조9천억원으로 20조원 밑으로 내려간 상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