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종료'…정부지원·격리 안한다

입력 2022-04-15 16:20


이르면 다음달 23일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격리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모든 병·의원에서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는 최고 수준의 격리 의무가 부여되는 1급 감염병에서 제외돼 2급 감염병으로 지정되고, 치료비도 본인이 부담하게 되는 등 진단·검사·치료(3T) 전 분야에서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이 이뤄진다.

2년 넘게 유지돼 온 사회적 거리두기는 당장 이번주에 종료된다.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사적모임·영업·행사 등에서의 거의 모든 제한이 사라지면서 일상회복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15일 이처럼 방역·의료 체계를 장기적으로 일상화하는 전략을 담은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계획'과 2020년 3월부터 이어져 온 거리두기 전략을 폐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안'을 동시에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국내 코로나19 발생 2년 3개월 만에 '일상의료체계 회복'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며, 거리두기는 2년 1개월만, 정확하게는 757일만에 종료되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5월 하순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방역·의료 체계로 상당 부분 회귀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중대본은 "그동안 우리는 오미크론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했고, 백신과 치료제라는 효과적인 무기도 갖추게 됐다"며 "국민들께서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일상을 최대한 누리면서 동네 병·의원에서 진단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이달 25일 고시 개정을 통해 코로나19를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한다.

결핵, 홍역, 콜레라, 수두 등과 같은 2급 감염병이 되면 에볼라, 사스, 메르스, 페스트 등과 같은 1급일 때 적용되던 확진 시 7일간의 격리의무와 의료기관의 환자 즉시 신고 의무가 없어진다.

격리 '의무' 대신 '권고'를 받게 되는 확진자는 독감에 걸렸을 때처럼 개인 수칙을 준수하면서 일반 의료체계를 이용하게 된다. 격리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비·유급휴가비·치료비 정부 지원도 종료된다.

지금까지는 외래진료와 입원치료시 발생하는 병원비가 무료였지만 앞으로는 건강보험과 환자 본인이 함께 부담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검사·진단은 민간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보건소는 60세 이상과 요양병원·시설의 종사자 등 고위험군의 PCR(유전자증폭)만 맡게 된다.

모든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됨에 따라 '재택치료' 개념도 없어진다. 다만, 확진자는 당분간은 지금처럼 동네 병·의원에 전화를 걸어 비대면으로 진료·처방은 받을 수 있다.

2급 감염병에 준하는 이런 의료·방역 관리는 이르면 내달 23일, 5월 넷째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코로나19를 2급으로 지정하는 이달 25일 직전까지는 '준비기', 25일 이후부터 4주간은 '이행기'로 정해 단계적으로 의료체계 전환을 준비하고, 포스트 오미크론 전략 시행 준비가 완성단계에 이르면 '안착기'를 선언한다는 방침이다.

이행기에는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고위험군 재택치료, 치료비·생활비 지원 등 현행 관리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

안착기 전환 시점은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체계 전환 속도에 따라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방역 완화가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며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면서 "확진자가 의사 대면을 통해 기저질환이나 급성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등급 조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거리두기 조치는 오는 18일부터 대부분 없어진다. 사적모임 최대 10명, 식당·카페 등 자정 영업 종료, 행사·집회 최대 299명 허용, 종교활동시 시설 수용인원의 70%만 입장 등 지금까지 남아있던 조치가 한꺼번에 종료된다.

다만 실내 영화관, 종교시설, 교통시설 등에서의 취식 금지 조치는 1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5일 해제된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하되 실외 마스크 착용은 2주 후 방역상황 평가를 통해 해제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확진자 입원 치료체계는 중증병상 중심으로 개편된다.

현재는 총 3만2천802병상이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5월 하순 안착기에 들어가면 경증환자가 입원하던 감염병전담병원 병상은 없어지고, 중증·준중증·중등증 환자를 위한 병상 4천191개만 남는다.

이들 4천여개 병상은 국가격리병상·긴급병상·거점전담병원병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관리를 위해 집중적으로 쓰인다.

해외입국자 검사도 간소화된다. 입국자는 현재 입국 1일차에 PCR 검사를 받고 입국 6∼7일차에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는데, 6월부터는 1일차 PCR 검사만 받으면 된다.

정부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의 사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단감염 발생시 '요양시설 기동전담반'을 즉시 투입하고, 검사와 먹는치료제 처방, 재택치료 또는 입원치료가 하루 안에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오미크론 유행이 완전히 안정화되면 요양시설·병원에서 면회·외출·외박을 허용하고, 노인여가복지시설 운영도 3차 접종자를 중심으로 정상화기로 했다.

정부의 포스트 오미크론 선언은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완전히 지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셋째 주 일평균 40만4천604명 발생으로 최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전환해 지난주 21만8천5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은 12만5천846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신규 확진이 상당기간 5만∼10만명을 유지하면서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위중증·사망 역시 계속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신종변이 출현, 시간 경과에 따른 접종·자연면역 효과 감소, 실내활동 증가 등 계절적 요인, 인플루엔자·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 등 동시유행 등은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신종변이가 발생하면 입국을 제한하고, 필요하면 3T(검사·추적·격리·치료) 및 거리두기, 재택치료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확진자가 여전히 10만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달 안에 격리·입원·병상 정책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확진자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10만명 이상이고 지역사회에 전파력을 가진 감염자도 상당하다"면서 "환자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병상과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은 의료현장의 부담을 가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확진자 재증가 상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