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고시원 화재로 숨진 2명은 연고와 직업이 없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숨진 26호 거주자 이모(75)씨와 15호 거주자 김모(64)씨는 연고가 없으며 뚜렷한 직업도 없었다. 이들은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계·주거급여 명목으로 월 80여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결혼은 했지만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과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 상태였으며, 김씨는 결혼하지 않아 자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상담 기록에 따르면 이씨는 파킨슨병과 척추 관련 질환 등 각종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김씨는 지난해 암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고시원으로의 전입신고를 2013년 10월에, 김씨는 일주일 전인 이달 4일에 했다. 김씨는 이 고시원에 오기 전엔 영등포동에 있는 다른 고시원에 거주했으며, 이들은 관할 주민센터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 지원을 받아왔다고 한다.
불이 난 고시원은 월 입실료가 27만원 수준으로, 주로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저소득층 고령자들이 거주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시원에서 대피한 19명 가운데 사망자 2명을 포함한 11명이 수급자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망자 2명의 부검을 의뢰하고 화재로 손상된 고시원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복구하고 있다. 외부 CCTV 확인 결과 고시원 외부에서 내부로 침입한 흔적은 없었으며 인화물질도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방화와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방에 따르면 불은 오전 6시 33분께 고시원 전체 33개실 가운데 26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발생 3시간 만인 9시 37분께 완전히 꺼졌다. 화재 당시 간이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으나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화재를 진압하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홈리스행동은 이번 사고에 관한 성명을 내고 "'간이 스프링클러'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을 과신한 채 고시원 등 비적정 거처의 주거 대책 누락이 불러온 참사"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18년 국일고시원 참사 이후 다중이용업소법, 건축법 시행령,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서울시 건축 조례 등 개정이 이어졌으나 오늘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을 포함한 기존 고시원은 이 조례의 규정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의 '안전'과 주거환경을 모두 담보하는 최저주거기준을 고시원, 쪽방 등 인간 거처로 활용되는 모든 주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