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돈바스 총공격 임박…"전쟁 새 국면 진입"

입력 2022-04-11 15:29


러시아군이 전장을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외신과 주요 싱크탱크의 분석을 종합하면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드러냈던 문제점들을 보완하며 돈바스 총공격을 준비하는 만큼 우크라이나군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이 전쟁의 총사령탑으로 남부군관구 사령관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을 임명한 것은 적지 않은 변화로 읽힌다. 전장 경험이 많은 총사령탑의 임명은 러시아가 기존의 혼란을 수습하고 작전의 일관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러시아군은 침략자이면서도 전장에서 총지휘관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서투르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지형적으로도 우크라이나군이 유리했던 북부와 달리 돈바스는 평원 지대여서 탱크와 야포, 전투기 등 대규모 화력으로 무장한 러시아군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군이 패퇴한 우크라이나 북부는 숲이 우거지고 드니프르(드네프르) 강의 지류가 진군을 막는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지형을 충분히 이용해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등으로 러시아군을 게릴라전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 북부는 나무와 진흙이 많아 러시아군의 움직임도 더뎠다.

그러나 동부는 넓고 탁 트인 평원이라 피아가 모두 노출되므로 전술 변화가 필요하다. 또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러시아 기갑부대의 이동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강추위에 노출되면서 동상 환자가 늘어 사기가 떨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돈바스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에서 직접 물자를 보낼 수 있어 북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취약했던 보급 문제도 적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지상전 전문가 잭 와틀링은 "러시아군이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능력과 의지에 적응할 시간을 가지면서 이제는 상황을 직시하게 됐고, 병참선은 더 짧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탱크와 장갑차 등 무기는 여전히 러시아군이 수적 우위다. 우크라이나군보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최근 서방에 추가 무기 지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서방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해 우크라이나군에 장거리 중무기를 포함해 더욱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남동쪽의 전투는 북쪽과 지형이 다르다"며 "훨씬 더 트여있고 기계화된 공격 작전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군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6만명 이상의 예비군을 모집하고 새 전투부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을 훈련하고 전열을 갖추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군은 이미 지상군 전투부대의 75%를 이번 전쟁에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필립스 오브라이언 미 세인트앤드루스대 전략학 교수는 "러시아가 일부 지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장악한 지역을 유지할 만큼 병력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환경이 변수이긴 하지만 판도를 바꿀만한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와틀링은 "러시아군이 전술적으로 준비가 됐느냐에 달렸다"며 "지금까지는 상당히 서툴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군이 전술을 조정할 기회를 얻게 됐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지금까지 보여준 '적응력'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승패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