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지역에서 시차를 두고 터지는 살포식 지뢰를 설치한 정황이 발견됐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 주민을 인용해 동부 하르키우주 베즈루키에서 보통 탱크 저지 용도로 사용되는 지뢰 'PTM-1S'가 민간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 세르히는 NYT에 지난 3일 오전 10시께 자택 뒷마당에 있는 헛간이 폭발한 것을 시작으로 폭발이 한동안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폭발 여파로 헛간에 있던 작업대 위에는 파편이 쏟아졌고 헛간 옆에는 구멍이 생겼다.
이후 세르히는 이웃 뒷마당 울타리 옆에서 녹색 튜브 형태인 PTM-1S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0분 뒤 또 폭발음이 들렸다.
세르히는 "하루종일 50분 간격을 두고 폭발이 계속됐다"며 "마지막 폭발음이 들린 것은 다음날 새벽 3시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세르히는 "아이들은 평소 첫번째 폭발이 있었던 시간에 뒷마당에서 뛰어놀곤 했지만 그날은 비가 왔다"면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지뢰는 건드리면 즉각 폭발하는 보통 지뢰와 달리 사전에 설정된 시간 간격에 따라 폭발하는 20여개의 소형 지뢰를 발사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약 1L짜리 음료병 크기에 달하는 녹색 튜브 형태로 안에는 1.3㎏가량의 폭발물이 들어있다.
이 무기에 대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선임 무기연구원 브라이언 캐스트너는 "집속탄과 지뢰의 최악 특징을 결합한 무기"라고 묘사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새끼 폭탄 수백 개가 들어있어 넓은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다.
지뢰는 크게 사람을 겨냥해 사용하는 대인지뢰와 탱크를 막는 대전차지뢰로 구분되는데 이중 대인지뢰 사용은 1997년 대인지뢰금지협약 이후 금지돼왔다. 서명한 164개국에는 러시아나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제외됐다.
그러나 PTM-1S 같은 일부 대전차지뢰는 민감한 기폭장치 때문에 사람이 집을 경우 폭발할 위험이 있어 대인지뢰로 간주될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하르키우 인근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폭탄처리반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 PTM-1S 발견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일대에서 철수하고 동부 지역에 집중하면서 하르키우 인근 지역에 대한 공격이 늘어났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하르키우 인근 도시에서는 센서가 달린 신종 지뢰 'POM-3'가 발견됐다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