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부터 유통 공룡들의 인수합병(M&A)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굵직한 베팅이 성공으로 이어질 지 '유통 공룡의 새 전략'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유통 대기업이 신사업 투자에 활발하다고요?
<기자>
네, 재계 5위죠. 롯데그룹이 최근 거침없는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인수·합병(M&A) 또는 지분 투자 건수만 12건인데요.
사실상 한달에 하나씩 인수합병을 한 셈입니다.
금액으로는 1조원을 넘어섭니다.
<앵커>
어떤 부분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굵직한 투자 건만 보자면,
롯데는 지난해 가구업체죠, 한샘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고요.
올해 1월엔 3,134억 원을 들여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차량 공유 업체 쏘카에도 대규모 투자를 했는데, 최근에는 디지털 재정비에도 나섰습니다.
제가 아바타 캐릭터를 하나 가져왔는데요. 누구의 것일까요?
<앵커>
롯데 얘기를 하고 있으니, 롯데에 관련된 분이겠죠.
<기자>
네, 젊어보여서 짐작하기 어려웠겠지만,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입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들과 메타버스 플랫폼에 아바타로 입장해 회의를 했는데요.
이 회의에서 신 회장은 가상융합세상에서 롯데의 메타버스가 '기준'이 되자고 밝혔습니다.
신 회장이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면서, 그간 온라인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롯데가 가상 공간에서만큼은 발 빠르게 움직인단 평가도 나오는데요.
가상 피팅룸 '메타버스 면세점'을 선보이는가 하면, 가상 디지털 의류 브랜드와 메타버스 게임도 선보였습니다.
<앵커>
신세계그룹도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떠올랐죠?
빅딜들을 많이 성사시켰던 걸로 기억됩니다.
<기자>
지난해부터 신세계는 M&A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SK텔레콤이 소유했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1352억 원) 시작으로
지난해 4월에는 온라인 편집숍 W컨셉(2650억 원)을, 7월에는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17.5%/4742억 원)을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말(11월)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G9) 인수에만 3조 5591억원을 던졌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2월 미국 나파밸리의 프리미엄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사들였습니다.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4조 7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한 셈입니다.
<앵커>
5조 원 가까운 금액을 M&A에 쓴 것은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신세계가 최근 10년 동안의 인수금액 총액이 4조 원을 넘지 않거든요.
사실상 '신세계 유니버스'에 베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신년사에도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서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을 신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신세계와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시간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단 건데, 공격적인 M&A가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현할 발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현재 매각 가격이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입니다.
<앵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전선을 넓히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두 기업의 과감한 M&A는 모두 위기감에서 비롯됐습니다.
특히 롯데는 최근 몇 년간 부침을 겪어왔습니다.
2015년 ‘형제의 난’, 신동빈 회장 구속, 중국의 사드 보복, 유통업의 구조적 부진까지…
사실상 롯데의 '잃어버린 5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2020년 증시 활황 속에서도 롯데는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이 유일하게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또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유통업계 맏형 격인 롯데쇼핑은 부진한 실적으로 신용도가 강등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마트는 쿠팡에 1위 자리를 내 준 게 컸을 거 같습니다.
<기자>
네, 지난해 매출로는 쿠팡이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유통업계 1위를 꿰차게 됐습니다.
기존 1위였던 이마트의 지난해 온·오프라인 매출이 18조원, 하지만 쿠팡이 184억 달러, 우리돈으로 22조 원을 넘긴 건데요.
이로써 쿠팡이 왕좌를 차지한 셈입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쿠팡, 네이버 등 신흥 경쟁자들이 기존 유통 공룡의 몫을 뺏어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올해야말로 정용진의 신세계, 신동빈의 롯데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인 건데요.
두 유통 공룡들의 투자 전략에 대해 박승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박승완 기자]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는 과감한 체질 개선과 광폭 M&A를 진행 중인 건 똑같지만 전략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이 두 그룹의 사업 구조에 있습니다.
신세계의 업종별 매출 비중은 유통이 사분의 삼을 차지하고, 식음료, 패션, 건설 등 순입니다.
소매유통 부분이 90%에 달해 사실상 그룹 전체의 미래가 걸려있는 사업인 셈입니다.
쿠팡을 선두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e커머스 기업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 절박함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롯데그룹을 살펴보면 유통 35.9%, 화학 24.7%, 뒤이어 음식료, 건설, 호텔 등의 분야가 있습니다.
롯데쇼핑 외에도 롯데케미칼이나 호텔롯데 등 주력 계열사가 있어, 신세계에 비해 사업 분야가 넓습니다.
롯데그룹이 리스크가 큰 거래보다는 소규모더라도 안전한 인수합병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신세계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금은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등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이는 곧 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바뀔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확대 중입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유니버스'를 목표로 온라인 공간은 물론 와이너리나 야구단까지 발을 뻗는 모습이고,
정 총괄사장 역시 화장품이나 패션, 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수를 위해 최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써가며 재무부담 우려에도 각자의 영역을 다지는 데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앵커>
굵직한 베팅이 이어진 만큼 누가 먼저 인수기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성공할지가 관건일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신세계는 앞서 박승완 기자의 브리핑에서 봤듯, 유통 관련 채널들이 업계 최다급입니다.
때문에 5월쯤 선보일 유료 멤버십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멤버십 비용을 낸 소비자는 아무래도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겠죠.
또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했던, 예전 이베이죠, 지마켓글로벌 경쟁력도 같이 향상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 신세계는 이베이를 인수해서 일종의 월마트 같은 사업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야말로 디지털전환에 성공한 월마트가 아마존과 더불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는데요. 이베이 인수로 쓱닷컴을 잘 안착 시킨다면 한국의 이커머스 탑3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주가는 부진하지만 이마트는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신세계 또한 선호주로 꼽힙니다.
다만, M&A 통합 작업이 이제 시작인데다, 아직까지 벤치마킹할 사례가 많지 않단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단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롯데에 대해선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유통 맏형' 롯데의 혁신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체질 개선이 실적에 긍정적이란 전망인데요.
하지만 M&A 성과는 대체적으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란 의견이 나옵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한상린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새롭게 진출하려고 하는 사업 분야가 굉장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는 이미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사업 분야가 많다는 거죠. 결국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것이냐, 어떻게 전문 역량을 갖출 것이냐가 새로운 사업을 성공적으로 연결시키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은 좀더 시간을 지켜보면서...]
롯데의 변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지만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조직을 개편해도 조직문화가 한 순간에 바뀌기는 어렵죠.
또한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산업에 대한 노하우가 다소 부족하단 점도 우려스런 부분입니다.
메타버스는 완전히 생소한 무대기도 하죠. 성과가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전통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신사업 경쟁력을 키워가는게 앞으로 롯데의 몇 년간의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