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방위비를 대폭 증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공유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아베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정세를 지렛대로 삼아 일본의 군비 확대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방위비를 본 예산 기준으로 6조엔(약 59조7천억원)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교도통신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일본 야마구치시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방위비가) 2022년도는 (2021년도) 추경 예산과 합쳐서 약 6조엔이었다. 2023년도에는 본예산으로 이 정도의 금액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도 방위비는 본예산 기준으로 약 5조4천5억엔(약 53조8천억원)이었다.
본 예산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약 11.1%의 증액을 주장한 것이다.
2022년도 방위비는 전년보다 1.1%(본예산 기준) 증가한 수준이다.
아베 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이유로 들어 "중요한 것은 자조 노력"이라며 이처럼 방위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다면서 "일본도 그것을 향해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방위비는 통상 GDP의 1% 이내에서 편성됐으며 2022년도에는 1%를 약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어떤 기준으로 따지든 아베 전 총리는 급격한 증액을 주장한 셈이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도 대만을 방위한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편이 좋다"며 역대 미국 정권이 대만에 관해 유지한 모호한 전략이 "지금은 오히려 지역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지역 정세의 불안정성을 부각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인 적 기지 공격 능력에 관해 "기지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중추를 공격하는 것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헌법 개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꼽아 온 아베 전 총리는 우크라나이 정세를 고려하면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해 "상대가 일본의 의사를 오인하지 않게 하는 큰 힘이 되며 억지력 강화로도 이어진다"고 주장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그는 총리 재임 중 개헌 지지 세력이 의회의 3분의 2를 넘긴 적이 있었음에도 개헌안을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일본에서도 안보에 관한 유권자의 불안이 커지자 개헌이나 무장 강화 등을 목표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양상이다.
아베 전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월 하순에는 일본도 핵 공유(nuclear sharing)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이 미국의 핵무기를 반입해 미국과 공동 운용하고 있는데 일본도 이런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비핵 3원칙에 비춰보면 일본에서 핵 공유는 용인되지 않는다'고 진화를 시도했으나 핵 공유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