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왜 시작됐고 어떻게 마무리될까. 한국경제TV 특별취재팀은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대한러시안' 일리야 벨랴코프 씨를 만나 러-우크라 사태의 배경을 짚어봤다.
일리야 씨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같은 전망의 이유로 언론과 미디어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배경을 꼽았다.
Q. 가벼운 얘기부터 해보자. 맥도날드가 러시아에서 철수를 발표했다. 30년 전 맥도날드가 처음 들어왔을 때 분위기를 전한다면.
어마어마한 뉴스였다. 당시 엄마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상징인 맥도날드가 들어왔다"라는 얘기를 한 게 기억난다. 70년의 공산주의 시기가 끝나고 '우리가 미국이랑 친해진다. 미국과 협력을 한다'라는 상징으로 들어오는 그런 업체였다. 당시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맥도날드 주변으로 길게 줄 섰던 게 기억난다.
다만 푸틴의 지지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이번 맥도날드 철수 문제를 다르게 보는 것 같다. 푸틴의 지지자들은 맥도날드의 철수를 찬성하고 있다. 조금 반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미국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것 자체를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을 지지하지 않는 지난 30년을 잃어버린 것 처럼 느끼고 있다. 30년 전에 들어왔다가 지금 철수한다는 게 한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니까.
Q.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금 분쟁을 겪는 배경을 짚어본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왜 침공했냐고 알고 싶으면 일단 푸틴의 생각, 세계관, 사상을 알아야 된다. 푸틴 같은 기성세대, 그러니까 소련 때 태어나고 소련 때 자라고 소련 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를 독립 국가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1990년에 소련이 해체되면서 여러 나라들이 독립을 했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러시아와 문화적, 종교적, 언어적으로 매우 다르다. 러시아 사람들이 그 나라의 사람들에 대한 동질감을 못 느낀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나 벨라루시는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한다. 우크라이나의 문화, 언어, 요리, 이런 것들이 매우 많이 비슷하기도 하고 종교가 하나고 인종이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 같은 기성세대들은 같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것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본다.
Q. NATO와 EU 등 지정학적 배경도 있을 것 같다.
나토에 가입한 국가들이 러시아 방향으로 계속 동진하고 있다. 그게 푸틴이 주장하고 있는 거다. 나토가 계속 동진하면서 러시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 과거 공산권 안에 있었던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돼 있다는 것도 푸틴은 말도 안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폴란드, 체코, 세루비아, 다 슬라브어권 나라들이다. 예전에 20세기 공산권에 있었던 나라들이고. 그런데 지금은 나토에 가입돼 있다. 여기까지는 푸틴이 "참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를 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넘어가면 완전히 러시아 문턱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푸틴이 그거는 지켜볼 수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Q.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푸틴의 리더십을 설명한다면.
푸틴이 20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다. 처음에 있었던 푸틴과 지금 푸틴이 다르다. 처음 푸틴은 정치인이었다. 국가, 사회, 정치, 경제 등에 대해서 생각했다. 지금 푸틴이 오로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역사다. 최근 몇 년간 푸틴이 여러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고, 또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원래 러시아 일부다", "우크라이나 민족이 러시아 민족이다" 이런 내용들이다. 그런 것을 지금 종합해봤을 때 과거부터 푸틴이 침공을 준비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되기도 한다.
Q. 러시아 측에서는 이번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먼저는 '나치 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현재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테판 반데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친 히틀러 인물이었다. 푸틴은 현재의 우크라이나 정권이 스테판 반데라의 후계자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나치 세력을 없앤다고 표현하는 거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가짜 뉴스를 만든다. 예를 들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가 우크라이나 실험실에서 만들어졌고 우한시로 운반됐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도 한다. 만약에 "러시아가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가 먼저 공격했을 거다"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전쟁을 합리화, 정당화 하고 있다.
Q.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향후 시나리오를 꼽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손에 달려있다고 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서방 국가들, 미국을 비롯해서 유럽 국가들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결정될 것 같다. 만약 젤렌스키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만나서 어느 정도의 푸틴이 만족할만한 조건을 내세운다면 몇 주 후에 충분히 전쟁이 끝날 거라고 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푸틴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친러시아의 정권이 돼야하는 것이고, 나토 군대가 없어야 하고, 우크라이나가 무조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지 푸틴은 만족할 건데 그게 아니면 푸틴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직 전쟁을 끝낼 이유가 없다.
Q.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에 대한 지지율에 변화가 생길까.
변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푸틴의 제일 강력한 지지층은 시골이면 시골일수록,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더 높아진다. 그런데 러시아의 90% 이상이 시골이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한 두개 도시 정도밖에 대도시가 없다. 시골 사람들은 인터넷을 거의 안 쓰고 국영방송사만, 그러니까 TV를 본다. 야권 세력에서, 반푸틴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가 모두 문을 닫았다. 완벽하게 다. 남은 언론사는 푸틴을 찬양하는 언론사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지지율이 내려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미디어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금기어다. 지금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면 바로 징역 15년이다. 국영 방송사는 항상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말한다.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약에 제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찬성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찬성하는 사람들이 없을 거다. 전쟁에 누가 찬성하나. 그런데 "러시아가 자기 방어를 위해서 특별 군사 작전을 벌였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은 다른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찬성하기가 심리적으로 쉽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철저히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