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군사대국의 위장술...깜짝 놀란 전문가

입력 2022-03-31 17:52
러시아군의 '절박한' 위장술…나뭇가지에 짚까지 동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탱크와 장갑차 등을 가리기 위해 나뭇가지와 지푸라기, 심지어 카펫 등 조잡한 물건을 사용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군의 미숙함, 지휘관의 준비 부족 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며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WP는 러시아군이 군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떠돌고 있는 영상을 보면 공회전 중인 러시아군 장갑차가 측면을 소나무 묘목으로 가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던 미 장교 출신 마이크 제이슨은 이를 두고 "절박해 보인다"고 WP에 말했다. 나뭇가지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기본적인 위장 능력이 부족하거나 처음부터 적절한 장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군의 경우엔 이동을 잠깐 멈출 때도 군용차 등에 가벼운 위장망을 씌운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부대의 경우엔 차체를 가리기 위해 그물과 나뭇잎을 조합해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외 다른 영상에서도 러시아군은 장갑차 위에 마른 건초 같은 것을 널어놓거나, 러그나 무거운 천 등을 덮어놓은 모습이 포착됐다. 탱크가 도로를 벗어나 나무숲 사이에 숨어있는 모습도 찍혔다.

제이슨은 이는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미국제 재블린 미사일과 같은 대전차무기 등의 열 추적을 피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그는 드론과 위성사진 등이 활용되는 지금과 같은 현대전에서는 이같은 어설픈 위장은 제한적으로만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실제로는 위장에 익숙했다고 말한다. 2018년까지만 해도 러시아군은 주변 환경에 동화하는 상당한 수준의 위장 모형을 만들어 관영매체에서 홍보하기도 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롭 리는 결국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이런 조악한 위장술을 쓰는 것은 지휘관의 준비나 지휘력 부족을 보여주는 증거이거나, 그들이 처음부터 이 싸움이 수월하고 우크라이나군이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과신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리는 터키의 소형 전술 드론 등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부대의 동향을 포착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이에 러시아군은 임시 해결책에라도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