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에 참석했다.
이 법회는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이 조계종 최고 지도자인 종정으로 추대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으로, 현직 대통령이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법회에 앞서 성파 스님과의 차담을 하면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앞서서도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후 계획에 대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내비친 것으로, 정권교체 이후에도 신·구권력 갈등이 지속되는 등 복잡한 정치지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심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퇴임하면 (성파 스님과) 가까운 이웃이 되는데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월 9일 임기를 마치면 통도사 인근의 신축 사저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가끔 통도사를 찾아 성파 스님과 대화를 나누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잊혀진 사람이 되겠다'는 발언 외에 퇴임 후 구체적인 생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언급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성파 스님을 자주 만나는 등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지난 1월 설 연휴에 경남 통도사를 찾아 성파 스님을 만난 바 있다.
나아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생전 통도사를 찾아 성파 스님과 종종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종정 예하를 여러 번 뵌 적이 있다. 그때마다 큰 가르침을 받았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종정 예하께서 불교계의 화합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대통합을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성파 스님은 "문 대통령을 전부터 존경해 마음으로 가깝게 지냈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여기며, 남은 십 리가 중요하다'는 뜻의 '행백리자반구십리'(行百里子半九十里)라는 문구를 소개한 뒤 "문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불교는 코로나 유행 속에서도 동체대비(중생과 자신이 동일체라고 보고 큰 자비심을 일으킨다는 뜻)의 정신을 실천해 국민께 희망의 등불을 밝혔다"며 오미크론 극볼을 위한 불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종정 예하는 모두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불경 보살'의 정신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강조하셨다"며 "그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방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이 불교계와 껄끄러운 관계를 노출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불심 달래기'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진행했다가 불교계의 반발에 맞닥뜨렸고, 결국 황희 문체부 장관이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유감을 표명한 일이 있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이른바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의 강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행사 참석에 정권과 불교계의 갈등이 고려가 됐느냐'는 질문에 "불교계에 매우 중대한 행사인데다 문 대통령과 성파 스님의 인연도 있어 참석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것(불교계와 정권의 관계)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