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역사 왜곡'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일본 측에 직접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비판을 가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아직 당선인의 입장이라 개별적 외교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하는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개별 외교사안이라 인수위 차원에서 입장 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윤 당선인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및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통화·면담 과정에서 낸 대일 메시지를 상기하는 선에서 입장을 덧붙였다.
윤 당선인의 대일 메시지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앞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는 것"이었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전날 공개된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이나 논평을 하지 않고 비교적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한일간 외교관계에서 대응 주체는 어디까지나 현 정부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들은 윤 당선인 측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일본 정부가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와 강제징용을 삭제했다.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라면서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윤 당선인 측이 '당선인이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며칠 전 윤 당선인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최근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 관계 복원이 침묵으로 이어진 건가"라고 물었다.
이어 "이 시점에서 침묵은 일본과의 역사 전쟁에 항복한다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훈 의원도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영토를 '분쟁화'시키는 일본에 할 말 못 하는 게 관계 개선인가"라며 "윤 당선인은 지금이라도 당장 일본에 엄중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이 사용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강제 연행'과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정부의 검정 과정에서 삭제된 사실이 전날 공개됐다.
또 역사를 제외한 사회과목 교과서 12종 모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술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검정 결과는 독도에 대한 '분쟁화' 시도이자,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서술을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왜곡한 것으로 역사 도발에 해당한다.
다만 일본 교과서 검정은 대략 4년 단위로 반복되는 '캘린더성 도발'이어서 당장 한일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폭발력 높은 이슈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한일 간 제반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시도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한일관계 구상에서도 관건은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의 사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