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 러, 달러화 국채 루블화로 환매 제안

입력 2022-03-30 11:08


러시아가 다음 주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국채를 놓고 루블화 환매를 제안했다고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4월 4일 만기인 달러화 국채를 루블화로 액면가의 100% 금액에 살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2012년 발행한 달러 국채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어치 가운데 얼마를 환매할 계획인지, 투자자들이 이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재무부는 채권 보유자들이 한국시간 30일 오후 11시까지 러시아 예탁결제기관(NSD)에 채권 매각 신청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JP모건에 따르면 해당 국채는 30일의 유예 기간이 있으며 달러 이외의 대체 화폐로 상환하는 조항은 없다.

러시아 정부의 이번 제안은 러시아의 첫 국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또다시 높인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러시아 재무부의 이번 조치가 서방 제재로 달러 지급에 제한을 받는 자국 내 채권 보유자들을 돕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히만슈 포월 시포트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이는 환매 제안으로 국채가 루블화로 지급될 것이라는 최종 결정은 아니다. 러시아 당국은 아마도 투자자들이 루블화 지급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팀 애시는 이번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디폴트를 피하고 시장과 루블화를 안정시키려는 싸움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미 자국이 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나 유로가 아닌 루블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뉴버거버먼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칸 나즐리는 러시아 재무부의 제안이 국채를 보유한 러시아 국내 투자자를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러시아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두가 달러를 원한다. 그러므로 제재 관련 문제가 있는 러시아 내 채권 보유자와 은행만 루블화 환매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루블화가 더는 (외환과) 교환이 가능한 통화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루블화 환매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억1천700만달러의 달러화 국채 이자를 지불하면서 국제 디폴트는 면했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가운데 막대한 금액이 동결돼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앞서 달러 국채 이자 1억200만달러를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방 제재 이후 3번째 상환이다.

러시아는 오는 31일에는 4억4천700만달러를, 4월 4일에는 2042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이자 8천400만달러를 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