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식량 안보와 관련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참사 이상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브리핑에서 이번 전쟁으로 예멘, 이집트, 레바논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는 이집트가 85%, 레바논이 81%에 이른다.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어려워진 데다 수확량 자체가 줄어들 위험에 처해 해당국 식량 보급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공급의 30%, 옥수수 공급의 20%, 해바라기씨유 공급의 75∼80%를 각각 차지한다"며 "우리가 구매하는 곡물의 절반도 우크라이나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료와 식료품, 물류 가격 상승 탓에 우리는 이미 예멘과 같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이들과 그 가족을 위한 식량 배급을 줄이기 시작했다"면서 "예멘에서는 800만 명에 대한 배급을 절반으로 줄였고 제로(0)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이 "우리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목격한 어떤 것보다도 커다란 세계적 맥락을 지닌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식량난 탓에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는 위기 이상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내의 식량안보 측면에서만 3개월간 5억달러가 필요한데 3억달러가 모자라는 형편이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논의한 이날 안보리 회의에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이 식량 제공을 위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어 이번 침공의 결과로 1천300만 명 이상의 식량안보가 위험에 처했다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인용해 "푸틴의 전쟁이 미치는 여파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식량안보에 즉각적이고 가장 위험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 항만 봉쇄로 곡물 수출이 차단당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이 민간 항해의 자유에 위협을 끼친 적이 없다"며 식량 위기는 서방의 제재 탓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