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포털사이트에서 보험상품을 검색하다 보면 '보험 비교하기 클릭'이라는 문구 많이들 보셨을텐데요.
허위정보를 미끼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가는 보험 영업방식이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슬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삼성생명을 검색했을 때 등장하는 블로그 광고글들입니다.
삼성생명 자동차보험을 안내한다는 글과 함께 '보험 비교하기' 링크가 게재돼 있습니다.
또 다른 대형 보험사인 교보생명을 검색했을 때에도 자동차보험 안내 글들과 상품비교 링크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 링크에 접속하면 삼성생명이나 교보생명의 상품은 볼 수 없고, 개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만 요구합니다.
이 같이 링크 클릭을 유도한 블로그상의 보험 광고문구들, 전부 잘못된 정보입니다.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실제 자동차보험을 판매조차 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정보인데도 불구하고 대형 보험사명을 미끼로 보험 비교사이트 링크를 연결해 개인정보를 얻는 일부 보험대리점(GA)들의 영업 방식입니다.
이 같이 잘못된 보험상품 안내로 소비자들은 개인정보를 넘기게 되고, 보험 가입 권유 전화까지 받게 되는 겁니다.
이런 영업방식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원수사인 보험사들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 : 보험대리점들이 보험사명을 마음대로 사용해서 허위광고 내는 것이거든요. 이 사이트가 제대로 관리되는 것도 없고…결국 보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서요. 고객들이 개인정보 무단수집했다고 보험사에 민원으로 이어지는데…]
현재 SNS 등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보험 광고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보험사의 심의를 통과한 자료만 활용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금융당국은 잘못된 SNS 광고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
<앵커>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들을 낚고 있는 SNS 보험 광고, 대체 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안 되고 있는 것인지 취재기자와 직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치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법적으로 금융상품 광고는 금융사의 심의를 받게 돼 있는데, 심의를 받았는데도 이 같은 잘못된 정보들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는건가요?
<기자>
핵심은 이런 블로그 광고들이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보험상품 광고는 보험사와 각 협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리포트에서 사례로 보여드린 '삼성생명 자동차보험'과 같은 문구, 실제로 삼성생명은 자동차보험 자체를 취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명백히 잘못된 정보입니다.
그럼에도 버젓이 블로그상에 광고처럼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상품을 비교하는 링크 자체는 광고로 보기 힘들다'는 당국의 해석 때문입니다.
<앵커>
상품 자체를 홍보하는 것은 광고지만, 상품을 비교하는 사이트는 광고가 아니라는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번 사례는 엄밀히 보면 보험상품 광고라기보다는 보험상품을 비교해주는 사이트 광고라고 볼 수 있는데요,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분입니다.
현재 금소법에서는 보험광고 심의와 관련해 '설계사가 주도적으로 하는 업무 및 상품광고는 보험상품에 관한 계약 체결을 유인할 목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있는 보험 비교사이트 안내가 광고 자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이 심의규정도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왕 비교사이트를 안내하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안내하는 것이 맞을 텐데, 굳이 왜 잘못된 정보를 주는 거죠?
<기자>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워낙 많은 보험대리점들이 있고, 보험 비교사이트 역시 굉장히 많습니다. 그들도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흔히 '키워드 장사'라고 불리는데요.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잘 알려져 있는 대형 보험사의 이름을 블로그 제목에 걸고, 소비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상품명을 조합하면서 결국 말도 안 되는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겁니다. 제가 취재하면서 발견한 한 블로그인데요. 제목을 먼저 보시죠.
'라이나생명 자동차보험 차량 보험료 할부 25세 아들 자동차보험 후회없이 설계해봐요'
딱 봐도 이상한 제목이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역시 라이나생명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블로그 내용에도 라이나생명 자동차보험 설명과 함께 링크가 걸려있는데요, 라이나생명 홈페이지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상품 자체가 없으니까요. 보험대리점들이 자체 운영하는 상품비교 사이트로 연결되는데, 이것을 누르게 하기 위한 일종의 '낚시글'인 셈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름이나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돼 있죠. 결국 소비자는 잘못된 정보를 얻고, 개인정보만 대리점에 넘기는 꼴이 됩니다.
<앵커>
보험대리점들이 이렇게까지 해서 개인정보를 얻으려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보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업채널이 바로 설계사입니다. 이전에는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는 방식으로 보험 영업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이슈와 더불어 비대면 전환이 빨라지면서 보험 영업 역시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전화나 인터넷 사이트를 주로 활용하겠죠. 때문에 이름이나 전화번호 같은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DB)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된 겁니다. 얼마 전에 모 방송에서도 언급이 됐었는데, 물론 모든 설계사들이 해당되지는 않지만 고객들의 DB를 한 명당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10만 원에 구매해 영업하는 방식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결국 보험영업을 위한 DB때문에 이런 블로그 광고까지 동원되는군요.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는 하지만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데, 감독당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런 잘못된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것을 금융감독원도 인지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온라인 보험광고 사례에 대해 직접 문의한 결과 "선제적으로 감독을 한다거나, 정기적으로 검사하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특히 상품광고는 보험사나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각 협회 차원에서 이미 광고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같은 SNS 글들은 감독 대상에서 빠져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밖에는 없는건가요?
<기자>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일부 보험대리점들이 미끼용으로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금융위원회와 협회 차원에서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비교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서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것은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보험업계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리포트에서도 보여드렸지만 실제 보험사에 민원이 제기되는 사례도 있었고요. 이 때문에 업계의 신뢰도는 계속해서 떨어지겠죠.
전문가들은 판매채널 자체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꼽습니다. 전문가 의견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실장 : 이 부분은 약간 회색지대 같아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조금 더 확실히 해야 하는…법인대리점의 경우에도 준법감시인이 바이럴 광고에 대해 체크하고 심의하는 과정들을 좀 더 강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판매자에 대한 신뢰나 보험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게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정치경제부 장슬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