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부 능선을 넘었다던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 찾기가 결국 불발로 막을 내렸습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기한 내에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먼저 송민화 기자입니다.
<기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지난 25일까지 치러야 했던 잔금은 2,743억 원.
하지만 정해진 기한 안에 잔금 예치에 실패하면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결국 불발로 끝났습니다.
쌍용차 측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기한 내 인수 잔금을 치르는 것을 전제로 투자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기한을 넘긴 26일 이후 곧바로 계약 해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에디슨모터스 측은 쌍용차의 상장유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4월 1일로 공고된 관계인집회 기일 연장을 요청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에디슨모터스(주) 관계자 : 원 계약대로라면 4월 1일이 관계인 집회 기일이고, 관계인 집회 기일 5영업일 전인 지난주 금요일이 잔금 납부일은 맞아요. 에디슨모터스가 이미 그전에 관계인 집회 기일 연기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판단 아래 잔금 기일 내에 의도적으로 잔금 납부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현재 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고 이후 대응 방안을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계약 해제의 사유가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잔금 미납'이었던 만큼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 305억 원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쌍용차 인수 계획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에디슨모터스의 주가는 하한가인 1만 2,2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앵커>
쌍용차 매각 무산과 관련해 산업부 임원식 기자와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임 기자, 저희가 얼마 전 쌍용차 M&A에 먹구름이 꼈다는 보도를 해 드렸는데 결국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기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하겠는데요.
에디슨 측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 선언할 당시부터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새우가 고래를 삼키겠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느냐는 거였거든요.
단순히 연매출 차이만 봐도 30배를 훌쩍 넘는 수준입니다.
결정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자금 조달 계획이 인수 무산으로 이어졌다고 하겠습니다.
쌍용차 부채 7천억 원에, 경영 정상화와 미래 투자 자금까지 더하면 1조5천억 원 가량 예상됐거든요.
그런데 에디슨이 인수자금으로 써낸 게 고작 3천억 원 정도입니다.
나머지 돈은 재무적 투자자 즉 사모펀드들로부터 투자 유치하고 인수 이후 유상 증자에, 회사채 발행해서 마련하겠다
심지어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팔아서 조달하겠다고 하니 채권단은 물론 쌍용차 노조 조차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마저도 함께 하기로 한 사모펀드, 키스톤PE가 인수 컨소시엄에서 탈퇴했고요,
또 다른 사모펀드인 KCGI도 사실상 발을 빼면서 당초 제시한 자금 조달 계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앵커>
매번 외국 '먹튀 기업'들에 기술 탈취만 당하는 희생양 같아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났으면 했는데 쉽지가 않군요.
쌍용차 내부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기자>
일단 새로운 인수 후보들을 찾아 신속하게 재매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6월 매각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 상황이 많아 나아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많이 나설 거라 자신하고 있는데요.
석 달 뒤 내놓을 예정인 전기차 'J100'을 비롯해 불투명했던 친환경차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해외 수출과 함께 중국, 사우디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업 또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미출고 물량만 현재 1만3천 대라며 반도체 등 부품 수급만 잘 된다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1년 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면, 새로운 아니 경쟁력 있는 인수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기자>
글쎄요, 어디까지나 쌍용차 내부의 주장이고요.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가질 회사가 나타날까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인 게 사실입니다.
지난 인수전에 그나마 자금력 좀 된다는 SM그룹이 깜짝 등장하면서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금세 포기했고요.
아시다시피 쌍용차의 강점은 디젤 SUV나 픽업 트럭이지 않습니까?
완성차 회사들의 운명을 좌우할 전기차와 관련해선 기술도, 설비도 거의 전무하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그럼 다른 완성차 회사의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건 어떻겠느냐 하는 얘기도 있는데요.
이걸 하고 있는 곳이 있죠. 흔히 '광주형 일자리'라고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즉 쌍용차가 위탁 생산업체가 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이 광주형 일자리 수준으로 직원 연봉 깎고 직원수도 줄여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요? 쌍용차 노조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게 완전 고용승계이거든요.
요컨대 경쟁력 있는 주인을 찾기도, 위탁업으로 전환하기도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쌍용차가 청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윤석열 정부가 곧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 살리기에 나설 가능성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쌍용차 임직원이 5천 명 가까이 되거든요, 이 말은 청산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칠 타격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되겠고요.
또 하나가 최근 르노삼성차가 사명에서 '삼성' 자를 뗐습니다.
즉 국내 완성차 회사는 현대차그룹과 쌍용차 둘만 남았다는 얘기인데 현대차그룹의 독점을 견제하고 수입 완성차 회사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후보 시절을 포함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쌍용차 관련 발언은 없었지만 쌍용차의 이러저러한 사정들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가 정권 초부터 쌍용차 청산에 서두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쌍용차 주채권자가 국책 은행인 산업은행인 만큼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정부 차원에서 쌍용차를 관리, 지원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