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까지 풀어야…실수요자 내집 마련 '숨통'

입력 2022-03-28 19:17
수정 2022-03-28 19:33
<앵커>

빗장 풀리는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해 자세한 정치경제부 전민정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LTV 완화는 공약이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 새 정부가 DSR규제까지 푸는 것을 고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LTV 완화는 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해 대출 한도는 늘려주는 조치인데요.

그런데, DSR을 완화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고소득자만 이렇게 대출규제를 풀어준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결국 젊은층이나 월급쟁이들의 내 집 마련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죠.

왜 그런지, 예를 들어 설명해볼까요.

연봉 5천만원인 직장인이 규제지역에서 9억원짜리 집을 사기위해 연 3.5% 금리(원리금상환, 만기 30년)로 대출을 받을 경우인데요.

이 경우 LTV가 현재의 40%에서 70%로 높아지더라도 대출 가능금액은 3억 6천만원(9억원의 40%)에서 3억7천만원으로 1천만원 늘어나는데 그칩니다.

DSR 40%가 적용돼 연 소득의 40%, 즉 2천만원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 데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앵커>

그렇다면 같은 조건으로 연봉 1억원인 차주가 대출을 신청하면 어떻게 달라지는 거죠.

<기자>

연봉 1억원인 경우에도 연봉 5천만원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3억6천만원까지 대출이 나옵니다.

하지만 LTV 70%가 적용되면 기존보다 3억원 더 많은 6억3천만원까지 대출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연봉이 높기 때문에 같은 DSR 규제를 적용받더라도 대출 한도가 더 나오는 거죠.

똑같이 9억원의 집을 산다고 했을 때 연봉 5천만원 차주는 5억 3천만원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연봉 1억원의 경우엔 2억7천만원만 있으면 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없지만 대출규제를 풀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요.

결국 새 정부는 DSR 규제 완화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아직 인수위는 'DSR 규제 완화'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했지만, 현재 어떠한 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나요.

<기자>

인수위 일각에서는 현재 2억원이 넘는 대출에 적용되는 DSR 규제 기준을 '5억원 초과 대출'로 완화하는 안이 거론되는데요.

5억원이 넘는 대출에 대해 DSR 규제가 적용된다면 생애 처음으로 규제 지역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LTV 80% 규제만 적용받기 때문에 연소득에 관계없이 대출이 가능한 금액은 2억 4천만원에서 4억8천만원으로 두배나 늘어나게 됩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이들도 내 집 마련에 좀 더 숨통이 트이게 되는 셈이죠.

<앵커>

그런데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조치는 아직 시도도 안했는데, 은행들도 벌써부터 대출을 더 내준다며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우선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전세자금은 임차보증금이 오른 만큼만 빌려줬었는데요.

지금은 5대 시중은행에서 모두 기존대로 전셋값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해졌습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연 5천만원으로 막아뒀던 걸 연 소득만큼 빌릴 수 있도록 한 은행들이 늘었고요.

우리와 농협은행은 일반 신용대출 한도도 풀었는데요. 사실상 LTV와 DSR을 제외한 모든 대출규제 한도가 풀린 셈입니다.

<앵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아직 유효할텐데, 은행들이 이렇게 대출 빗장을 푸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한마디로 은행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가계대출 총량이 최고치를 찍으면서 대출규제가 도입됐는데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열풍도 꺾이면서 은행권 대출은 석달째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출 증가로 역대급 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올해는 아이러니하게 대출 감소로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거죠. 즉 더 이상 대출을 틀어막을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또 새 정부가 '가계대출에 대한 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 이런 시그널을 확실히 주다 보니 은행들도 서서히 이런 기조에 맞춰 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금요일 '올해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열었는데요. 여기서도 올해는 은행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체계 마련을 유도하겠다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습니다.

올 초까지 은행들로부터 분기, 월 단위로 대출 총량을 보고받으며 밀착 관리해왔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기조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대출규제를 풀면 부동산 시장 내 기대감도 높아질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본격적인 봄철 이사철을 앞두고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돈을 빌리기 쉬워지니 실수요자들의 자금 확보 여력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갈아타기' 이사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조사를 보면요,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3주 연속 올랐습니다.

하지만 DSR 완화가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 집값은 올 들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럴 때 대출규제를 확 풀면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겁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한문도 /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대출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되는 건 기본 원리이고,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주택가격이 하방안정을 취하고 있는 이때, 섣부른 주택 대출규제 완화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수요자가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하는게 맞는 정책인지…]

인수위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나왔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금융위원회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은 이뤄졌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완화 폭을 두고서는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현 정부와 각 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언급을 했죠.

대출규제 완화 방안은 인수위 부동산 TF에서 별도를 논의를 하게 되는데요, 빨라야 다음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동안 금융당국이 대출을 옥죄었던 건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때문 아니었습니까.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데, 부동산 대출 규제를 더 푼다면 가계부채는 더 늘어나지 않나요.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도 커 보이는데요.

<기자>

지난해말 기준으로 민간부채 비율은 220%가 넘어 관련 통계치 작성 이후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민간 빚이 우리 경제규모의 2.2배를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가계부채 관리'도 새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이기에 '대출규제 완화' 정책과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인수위로서는 고민입니다.

다만 최근 주택매매가 둔화된 만큼 실수요자 중심으로 LTV를 완화해도 대출부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잇는데요.

은행권에서도 얘기를 들어보니 대출금리가 높은 상황이라 생각보다 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고요.

전문가들은 현재의 일률적인 대출 규제는 분명 손질이 필요하지만 금리상승기 상환 능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대출 문턱을 낮추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나 대출 부실화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인데요.

앞으론 규제를 풀더라도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관행을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전 기자 잘들었습니다. 유튜브 영상 제목과 해시태그는 뭘로 할까요?

<기자>

유튜브 제목은 '대출 한파 사라진다…DSR도 풀리나'

해시태그는 '대출 셧다운은 옛 이야기', '억대 마통 돌아왔다', '드디어 내집 마련?' 이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