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법·규정 구멍 숭숭...해법은 [코인시장, 이대론 안된다③]

입력 2022-03-25 19:24
수정 2022-03-25 19:24
[앵커]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이미 코스닥 시장만큼 성장했지만 거래 규모에 비해 법이나 규제, 제도는 너무 허술합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피해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데요.



가상자산 연속기획, 오늘은 투자자 보호 해법은 없는지 조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제도권에 들어온 이후 상장된 코인 가운데 한글 백서는 5%가 채 안됩니다.



나머진 모두 영어로 돼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는 사업계획서를 영어로 작성한 셈인데, 그마저도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때문에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공시체계가 정립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요 투자 정보에 대해서는 공시를 하고요. 민간 평가기관이 많이 투자 정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장 절차를 정부의 가이드라인 없이 거래소 자율에 맡긴 구조를 어떻게 손질할 지도 고민거리입니다.



거래소는 자체 심의위원회를 통해 상장여부를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년 10월, 정무위 국정감사) (상장절차가) 이게 앞장, 이게 뒷장입니다. 두 페이지도 채 차지 않는 이겁니다. 상장폐지 절차인데요. 이것은 약간 많아요. 몇 줄이 더 많습니다.]



거래소의 신용도와 직결된 상장 코인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지도 과제입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민간 기관이 평가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거래소) 외부의 믿을만한 기관에서 평가한 리포트를 바탕으로 해가지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가 신뢰를 주는거죠.]



국내 1500만명이 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별도 법을 만드는 등 법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국내 코인시장의 덩치가 커졌죠.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닥시장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요.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가상자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죠?





[기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도 아니다, 금융투자 상품도 아니다" 이러면서 명확한 개념을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금세탁방지가 목적인 특금법의 규제를 받지만, 별도 관련 법규정은 없고요. 그렇다 보니까 현재는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가상자산 상장과 폐지가 거래소의 100% 자율에 맡겨지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거래소들은 자체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성, 투명성 등을 검증한다고 하는데요. 거래가 늘면 수익도 증가하는 거래소가 검증한 것을 투자자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늘 따라 붙게 되는 겁니다.



[앵커]



국회에서 가상자산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잖아요? 법안도 여러건 발의가 됐고요. 법제화가 되면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가 올라갈까요?



[기자]



13개 법안이 발의된 상태인데요. 법안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투자자는 보호하되 불법엔 엄정한 조치로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좀 보면 미공개정보 이용하거나 시세조정, 부정거래 등을 했을 때 최소 1년 이상의 징역과 부당이득 3배 이상의 벌금 물리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특히 코인 발행할때 백서와 중요정보 제출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담겼고, 전문기관의 코인 평가 의견서를 첨부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가상자산업법이 만들어 지면 지금보다는 시장이 건전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정보가 부족하다니까, 더 많은 객관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전문기관이라고 하면 어디가 될까요?



[기자]

코인 평가와 관련해서는 이를 의무화할지, 자율화할지 쟁점이 있긴 한데요. 앞서 리포트에서 본 것처럼 전문가들은 정부보다는 민간에 맡기는 방향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증권시장 예를 들면요. 증권의 발행과 상장에 대한 관리 감독은 정부가 개입하지만, 개별 주식의 평가와 전망 등은 민간 기업인 증권사들이 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정부 주도로 할 경우 마치 정부가 승인하고, 인정한 코인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고, 혹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정부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어서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는 점도 한 요인입니다.



[앵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초기 단계인데다 코인 평가라는 분야도 생소한 영역이잖아요. 민간 기업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일각에선 우려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코인의 평가라는 것은 사업의 굉장히 초기 단계에서 먼 미래의 비지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어렵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보니까 그런 우려 나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보면 무디스나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초기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신용평가를 받으려면 기업들이 찾아가는 곳이 될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또 시장에서 평가를 잘하는 곳은 살아남고 못하는 곳은 도태되는 시장의 매커니즘이 작동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