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무기 쓰면 미군 개입"…비상계획TF 꾸린 美

입력 2022-03-24 12:04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우려해 비상계획 마련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주도로 구성된 '타이거팀'(Tiger Team)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러시아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타이거팀은 특수사안의 해결을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내에 구성되는 긴급 태스크포스팀을 일컫는다.

지난달 28일 구성된 이번 타이거팀에서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를 미군을 비롯한 나토의 군사개입 레드라인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을 겨냥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소형 전술 핵무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나토가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선택지는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이 관리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때 미국이 꺼내 들 대응책과 관련한 논의 내용에는 입을 닫았다고 NYT는 전했다.

나토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직접 충돌에 따른 확전을 우려해 직접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동맹국이 아닌 까닭에 동맹국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전체 동맹국이 공격받는 것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집단방위 원칙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현실적이지 않은 선택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한 달째 고전하면서 예측이 급변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세를 바꾸려고 특정 지역에서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사상자를 낼 수 있는 생화학 무기, 소형 전술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우려한다.

NYT는 러시아군을 부진에서 구원하고 막강한 군대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푸틴 대통령의 다음 선택지가 타이거팀이 당면한 우려라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보다 위력이 작은 소형 전술핵을 쓸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살상력이 훨씬 작은 핵무기가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 시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2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가안보개념'은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지난 23일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며 "러시아를 계속 압박하면 세계는 핵 재앙의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러시아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맞서 일단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새로운 안보 현실에 직면했다"며 "억지와 방어 전략을 장기적 관점에서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핵무기, 생화학 무기를 비롯한 러시아의 대량살상무기 사용 우려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고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