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만두면 배신자"...푸틴, 러 중앙은행 총재 사의 거절

입력 2022-03-24 10:0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엘비라 나비울리나(Elvira Nabiullina)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의 사의 표명을 수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가 푸틴 대통령에게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푸틴이 나비울리나의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면서 "나비울리나가 러시아를 위해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난 2013년부터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를 맡은 인물이다. 당초 나비울리나의 임기는 오는 6월 24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나비울리나의 사의 표명을 거절하면서 임기가 5년 늘어난 셈이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임기 도중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국채 매입도 큰 폭으로 늘려 러시아 경제 회복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인물이다.

하지만 푸틴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러시아 경제는 사실상 옛 소련 수준으로 돌아갔다. 루블화 가치는 폭락하고 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와 보이콧 행렬은 끊이질 않고 있다. 때문에 더 이상의 조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나비울리나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나비울리나 총재의 사의 표명을 거절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5년 임기가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뉴욕포스트는 "나비울리나 총재가 그동안 러시아 경제 회복에 큰 기여를 했던 만큼, 그녀의 사의 표명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이상 러시아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비울리나를 잡아야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푸틴의 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나비울리나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감을 느껴 재임명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나비울리나는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 직원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나비울리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경제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서 "우리 모두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정치적인 논쟁은 피하고 우리가 지금 당장 경제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진=뉴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