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궁지 몰리면 소형핵무기 쓸 수도"…잇단 경고

입력 2022-03-22 18:5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을 위해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제한적인 파괴력을 지닌 전술핵무기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파괴를 초래하는 전략 핵무기가 주종이던 과거에는 공멸 우려 때문에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이것이 사용되는 상황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역사상 첫 핵폭탄보다도 오히려 위력이 약한 전술핵무기를 다수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 프로젝트 소장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전술 핵무기는 약 2천개로 추산된다.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은 100개가량이다.

이런 무기는 상대적으로 약한 파괴력 덕분에 오히려 사용상 제한이 적은 편이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경우 그간의 금기를 깨고 핵무기 카드를 뽑아 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대와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에서 활동하는 핵 전문가 울리히 쿤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작지만 커지고 있다"면서 "전쟁은 러시아에 좋게 흘러가지 않고 있고 서방의 압력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을 맡았던 제임스 클래퍼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기준이 미·소 냉전기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하면서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 가능한 실용적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달 벨라루스와 러시아 동부 접경지에선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춘 러시아군의 이동식 이스칸데르-M 탄도 미사일이 배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지난달 27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쓰더라도 군부대나 주민이 없는 외딴곳에 떨어뜨려 서방과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경고 등의 의미로 전술핵을 사용하더라도 서방이 이에 대응하면서 순식간에 전면 핵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유럽 방문길에 오른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 간의 회담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관련한 대응책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