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청와대가 21일 오후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오전까지 '우호적 시그널'을 보내던 청와대가 반나절 만에 급선회하면서 정치권에서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8시께에는 YTN 라디오에서 "당선인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불과 8시간 뒤인 오후 4시 브리핑에서는 "(이전계획에) 무리한 면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청와대 발표가 시점적으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의 실무협의가 '빈손'으로 끝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수석과 장 실장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만남을 시작했으나 불과 2시간도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 채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수석과 장 실장이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극명한 온도차를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문 대통령으로서는 집무실 이전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윤 당선인과의 만남을 서두르려 했으나, 실무협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자 우려의 메시지를 발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밑 협의가 여의치 않자 '공개압박'에 나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셈이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이같은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측에서는 그 사이에 있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서 이전계획에 따른 안보 위협에 대해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 이같은 '강경론'의 배경이 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NSC 회의 내에서는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최대 사거리 발사 가능성 등 안보 이슈가 산적해 있다는 점, 윤 당선인의 이전계획에 따르다보면 문 대통령의 군 통수권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내에서는 이날 발표한 입장이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며 새 정권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집무실 이전의 경우 문 대통령 역시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다가 철회한 바가 있다는 점에서, 윤 당선인 구상에 대한 '반대'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내부에서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나라를 생각하는 진심을 몽니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며 "모범적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 안보 공백이 있다면 당연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