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악재가 이어지면서 액면분할로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식을 작게 쪼개 유동성을 높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인데, 그러나 경영진 기대와는 달리 주가가 뒷걸음 친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승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식 액면가를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액면분할.
쉽게 말해 5천원짜리 지폐 1장을 500원짜리 10개로 바꿔주는 것과 같습니다.
주식가치의 총액은 5천원으로 동일하지만, 주식 수가 늘어 유동성이 확보됩니다.
낮아진 주식 단가로 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액면분할에 나선다고 밝힌 다음날(3월10일) 주가가 5% 넘게 급등했습니다.
이후 2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냈지만, 이내 반등하며 현재는 3,200달러선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액면분할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특히 국내 상장사의 경우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들어 액면분할을 결정한 9개사 가운데 6개사의 주가가 상승했는데, 그 상승폭은 크지 않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 I&C의 경우 현재 주가가 액면분할 결정일보다 각각 2.3%, 6.0%, 아세아시멘트 역시 1.6%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심지어 한미반도체, F&F는 액면분할을 결정한 날보다 주가가 더 떨어졌습니다.
액면분할이 유동성을 확대시킬 수는 있지만, 기업가치나 주식가치 개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반증입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역시 그리 효과가 없었다는 학습 효과에 미국의 아마존 같이 고가주로 보기 어려운 주가 수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8년 50대 1의 액면분할 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19년 말에야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 고가주들이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서 삼성전자, 미국의 대형 IT기업들이 액면분할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액면분할은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주가 상승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거래 유동성을 확보해 주가 부양 취지로 단행되는 액면분할.
막연히 액면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보단 실적 등 기업 펀더멘털에 기반한 옥석가리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