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코로나19 시국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일상 회복을 추진한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열린 내각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달 31일부로 보건비상사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보건비상사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던 2020년 1월 말 처음 도입됐으며, 이후 3∼6개월 간격으로 연장돼왔다.
보건비상사태 해제는 2년 2개월 만에 일상 회복과 사회·경제 정상화의 첫발을 떼는 조처라는 의미가 있다.
보건비상사태 종료와 함께 그동안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자문해온 과학기술위원회도 해체된다.
당국은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방역 규제 해제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50세 이상 근로자는 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만 제시하면 직장에 나갈 수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한 사람만 출근이 가능한, 이른바 '슈퍼 그린패스' 적용이 해제되는 것이다.
5월 1일부터는 음식점이나 헬스장, 대중교통 수단 등을 이용할 때 방역패스(그린패스) 제시 의무도 사라진다.
이탈리아는 서방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국가다. 전 국민의 외출을 금지하는 가혹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첫 서방권 국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보건비상사태 해제를 상징적인 조처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내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가 재개방을 위한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이탈리아 당국의 이번 점진적 일상 완화 조처는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중증 위험도가 크게 낮아진데다 백신 접종률이 상당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이날 현재 이탈리아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 국민(약 5천930만 명) 대비 82.4%이며, 12세 인구 대비로는 89%를 넘어섰다. 또 부스터샷(면역 보강을 위한 추가 접종) 비율은 전 국민 대비 63.6%에 달한다.
이날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7만9천895명, 사망자 수는 128명이다. 누적으로는 각각 1천364만5천834명, 15만7천442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