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환보유고 절반가량 동결돼…국채 상환 루블화"

입력 2022-03-13 22:55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외환보유고의 절반가량이 서방 제재로 인해 동결됐다고 자국 '로시야-1'(Russia-1) TV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6천400억 달러(약 791조6천800억원)인데, 그 가운데 3천억달러(약 371조1천억원)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 외환보유고의 일부를 중국 통화인 위안으로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서방 국가들이 러-중국 간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이 우리와 중국의 교역을 제한하려고 중국에 어떤 압력을 넣고 있는지도 보고 있다"면서 "당연히 우리가 위안화로 보관 중인 외환보유고도 제한하려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중국과 우리의 파트너 관계는 우리가 이미 달성한 협력(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서방 시장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중앙은행을 비롯한 러시아 금융 부문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실루아노프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나온 발언 가운데 서방 제재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모색할 것이라는 점을 가장 분명하게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인권 등 문제와 관련해 서방의 강력한 압박에 처한 상황에서 최근 상호 협력을 강화해왔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또 외환보유고 동결로 러시아가 채무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동결이 풀리지 않으면 러시아는 외화표시 국채를 포함한 모든 국채를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채무 이행을 거부하지 않고 외환보유고 동결이 해제될 때까지 그것을 루블화로 상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절대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비우호적 태도를 취하면서 외환보유고 사용을 제한한 국가들에 대한 채무는 (당연히) 루블화로 상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