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진입함에 따라 정부도 확진자 치료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병상에서도 확진자를 치료하고, 의사가 시행한 신속항원검사(RAT) 양성 결과를 '확진'으로 인정하는 등 오미크론 환자를 일반 의료체계 안에서 치료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확진자 치료에 일반 병실이나 일반 수술실을 조속히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 지침을 내려보냈고, 신속항원검사 결과 인정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현장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10일 의료계와 만나 이같은 의료체계 전환 필요성을 논의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제 병원의 의료진 전체가 오미크론 환자의 치료를 위해 나서야 할 때"라면서 '서울대병원 모델'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입원 중에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된 무증상, 경증 환자는 음압병실로 이동시키지 않고 일반병동 1인실, 2인실 등에 입원시킨 채 치료하고 있다.
권 장관은 "코로나19가 경증인 동반질환자는 해당 병동에서 해당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절실하다"면서 "지정된 음압병실에서만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아서 반드시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에 따르면, 오미크론 확산 이후 호흡기 증상은 거의 없으나 다른 질환으로 입원을 해야 하는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격리병상을 호흡기 환자를 위해 쓰기 위해서는 몰려드는 입원환자를 분산시킬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서울대병원처럼 암치료나 투석, 응급수술 등의 목적으로 입원을 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에 일반병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에는 응급실로 들어오는 확진자 등 신규 입원환자에게도 일반병상을 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청은 체계 개편을 위해 지난 8일 '코로나19 의료기관 감염예방관리' 지침을 개정해 환자를 일반병실의 1인실 또는 다인실에 격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리는 진단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현 체계에서는 전문가용이나 자가검사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PCR 검사를 다시 받고 확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PCR 검사 급증으로 확진 통보, 재택치료 안내, 먹는치료제 처방이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어 동네 병·의원에서 의료인이 실시하는 신속항원검사 결과는 그대로 인정해 환자 관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권 장관은 "신속한 검사와 치료를 위해서는 동네 병·의원 중심의 진단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체계 전환은 우선 위중증 환자가 2천명 이상 나오는 등 '병상 대란'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지만, 코로나19를 계절독감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성격도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에 대한 엄격한 구분이 완화되는 것은 거리두기 해제 수순이 아니냐'는 질문에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게 방역체계를 '중증·사망 최소화'로 전환했고, 그에 맞춰 의료체계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도 오미크론을 현행 체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점차 완화하기로 한 만큼 1∼2주 이내에 유행이 정점구간을 지나면 거리두기도 대폭 완화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하향 조정하는 수순도 필요하지만 당장 검토하기는 이르다고 본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조정하는 방향이 맞다"고 덧붙였다.
1급감염병은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 즉시 신고나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코로나19는 1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하루 30만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가 계절독감화 되어 상황에서는 단계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최근 보건복지부 등에 공문을 보내 1급 감염병 대응은 일일 확진자가 몇백명 수준일 때 가능했다"며 "확진된 산모, 아동, 확진과 무관한 여러 응급 질환 환자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제2급 감염병이나 4급 감염병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응 수준을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