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50달러 넘으면 한국경제 치명적 타격"

입력 2022-03-09 11:18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한국 경제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동참하는 나라가 늘고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고, 만약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한다면 개별 기업이나 금융시장의 타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가장 우려할 점으로 꼽았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만약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 등이 수입 금지 조치에 동참할 경우 유가는 더욱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5% 남짓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각국이 러시아산 원유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게되면서 국제유가 전체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50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는 어느 정도 시장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당분간 고유가가 지속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동참국이 늘어날수록 국제유가가 더 오르고 이는 국내 물가에도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1,230원을 돌파한 상태다. 유가·환율 동반 상승은 국내 체감 유가를 비롯한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상승 중이라 기업 비용 부담이 늘어 제조업 상품 전반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2월 3.7%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4%대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처음으로 4%대를 찍는다면 당장 국민들의 체감 어려움이 커지는 것은 물론,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져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오일쇼크' 수준이 되면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우려되고 있는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도 한국 경제에는 상당한 리스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경영공시 자료 기준 국내 일반은행 6개사의 러시아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 보유액은 6천53억원이다.

각 은행 전체 익스포저의 0.1%, 외화 익스포저의 0.4% 수준이라 러시아 디폴트 때 국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디폴트 시 중앙아시아 등 러시아와 관계가 깊은 국가들의 금융시장이 흔들리게 되고 이는 국제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전이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전체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러시아로부터 채무를 돌려받지 못하게 된 개별 기업이나 투자자에게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크지 않기에 영향이 미미할 수 있으나 러시아에 수출하거나 공장이 있는 기업들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되고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