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Go West' 글로벌콘텐츠부 조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조 기자. 유가가 정말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130달러까지 돌파했어요. 예상한 속도보다도 더 빠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가 5월에 12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이 예상이 무색하게 오늘 단 하루 만에 브렌트유(5월 인도분)는 무려 18% 급등하며 장중 한 때 139.13달러에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 WTI도 130달러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가이고, 18% 상승률은 1998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유가 상승은 사실 지난주 시작됐죠. 한 주에만 WTI 26% 급등했고, 브렌트유 역시 20% 넘게 오르면서 모두 110달러 후반대였는데요. 주말 사이 미국 상원의원들 내에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보이콧이 시작되면서 오늘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것입니다.
<앵커>
시장에서는 오일쇼크 진입이 임박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미국으로선 러시아산 석유 제재가 쉽지 않겠는데요. 국제유가, 사상 최고치는 얼마입니까?
<기자>
브렌트유와 WTI 모두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 입니다. 지금 130달러선을 오가고 있으니 사상 최고가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볼 수 있죠.
하지만 각국에서 현지 통화 기준으로는 휘발유값은 이미 전 세계 3분의 1 국가들이 사상 최고가를 넘겼습니다. 이 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가 대비 현재 가격인데요. 보면 물가 상승으로 가장 고전하고 있는 터키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과 인도가 각각 지난주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브라질, 멕시코, 영국, 캐나다도 마찬가지구요. 한국은 현재 96.8%, 그러니까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월가는 얼마나 더 오를것이라 볼까요? 골드만삭스는 전망이 빗나갔고, 월가에서 가장 강한 전망 내놓았던 것은 JP모건인데, 185달러를 제시했습니다. 과도한 것 아니냐 했지만, 가파른 오름세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월가에서 주목하고 있구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0달러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HIS 마킷의 다니엘 예긴 부회장은 1970년대 원유 파동에 준하는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았습니다.
<앵커>
유가가 오르면 국내 산업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어 걱정을 더합니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도 더 주시해야할 것 같구요.
자. 그런데 유가 오르면 떠오르는 정유주, '다 오른건 아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기자>
'세븐 시스터즈' 글로벌 석유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을 이전에 언급한 적 있는데, 현재는 엑손모빌과 셰브론, BP, 쉘 4개사로 인수합병 되었죠. 여기에 영국의 토탈사, 미국의 코노코필립스,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까지 더해 현재의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라 불리는데요.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는데, 그 이야기를 오늘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에너지 대기업들 러시아에서 사업 중단한다는 뉴스 나왔었죠. 호재와 악재가 뒤섞였을 것 같은데,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을 얘기해보죠. 누가 가장 많이 올랐습니까?
<기자>
이 분 이야기를 먼저 해야하는데요. 바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픽입니다.
최근 워런 버핏은 주주서한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죠. "살 주식이 없다(Today, we find little that excites us)"
버핏은 강세장이 '부풀려진 황소'를 만들었다며, 저금리가 모든 투자의 가격을 상승시켰다고 말했는데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다고 했죠.
그런데 버핏이 바로 이달 들어서 2일과 3일, 단 이틀만에 무려 6100만주를 매입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석유·셰일기업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인데요. 기존 보유물량까지 하면 9120만주, 옥시덴탈페트롤리엄 보통주 전체의 약 9%를 버핏이 소유하게 됐죠.
이 기업 주가는 버핏의 대규모 매입 소식이 들린 4일 하루에만 무려 17.6% 폭등한 56.1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간을 일주일로 잡으면 38달러대였던 주가가 20달러 가까이 올라 45% 육박하는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어떤 기업인가요?
<기자>
티커명은 OXY,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1920년에 설립된 미국의 대형 석유기업입니다. 미국과 중동, 남미에 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석유와 셰일가스 탐사, 생산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해 유전을 통해 큰 돈을 벌면서 세븐 시스터즈의 뒤를 잇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버핏의 픽이 된 것은 바로 2019년에 셰브론을 꺽고 셰일 회사 아나다코를 인수했을 때입니다. M&A 성공했을 때만해도 주가가 꽃길만 남았구나 했는데, 바로 다음해 코로나 닥치면서 '승자의 저주'로 작용, 부도 위기까지도 임박했었죠. 하지만 고유가 시대에 셰일가스는 채산성이 다시금 부각되면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오른 것은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뿐만이 아닙니다. 셰브론도 장중 52주 신고가 경신했고,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마라톤 오일 등 미 정유주는 동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앵커>
미국 정유주가 전체적으로 강세를 보였군요. 그럼 하락한 종목은 어딥니까?
<기자>
바로 로열더치쉘과 BP입니다. 유럽 오일 메이저 기업들인데, 이 중 특히 쉘은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인게 들통나 곤욕을 치루고 있습니다.
로열더치쉘은 지난 4일 원유중개업체인 트라피구라를 통해서 러시아산 우랄 원유 72만배럴을 구입한 것이 드러났는데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28.5달러 저렴하게 구입하며 원유 구매 비용만 2066만달러를 절감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사실 이 러시아산 원유 거래는 무려 1주일간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것은 캐나다가 유일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꺼렸기 때문이죠.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자 중국이나 인도기업이 매입하지 않겠냐 했는데, 며칠전 러시아 가즈프롬과 사업을 철수하겠다 발표했던 쉘이 오히려 구매에 나선겁니다.
이에 세계적으로 비난이 쇄도했고, 끝내 쉘은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성명을 보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그 지침을 따랐다. 하지만 글로벌 원유 공급에서 러시아가 얼마나 막대한 역할을 하는지 고려하면 러시아산 원유 대체제를 찾는 것이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라는 반박을 했습니다. 쉘의 주가는 2거래일 동안 10% 빠졌구요.
그런데 단순히 이 악재 뿐 아니라 유럽의 또 다른 메이저 정유기업 BP 역시 최근 주가 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이 이유는 바로 유럽 정유사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크기 때문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러시아는 세계 3대 산유국, 천연가스까지 더하면 세계 2번째 큰 에너지 생산국입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BP와 셸, 그리고 엑손모빌까지 세 회사의 손실 규모가 300억달러,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이 점이 결국 악재로 작용한 셈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정유주들에 대해서 월가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미 정유주에 대한 월가의 목표가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연말연초를 기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엔데믹에 따른 수요 회복이 그 근거인데요. 코로나 이전을 보면 석유 수요의 20~30%를 사실 항공유가 차지했는데, 이 부분이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에서 였습니다. 엑슨모빌의 목표가를 보면 기존 50~60달러에서 90달러, 최고가는 110달러까지 목표가가 훌쩍 뛰었고, 셰브론 역시 110~130달러의 목표가가 이제는 170달러 이상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BP나 쉘은 목표가 상향 제시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앵커>
'Go West' 글로벌콘텐츠부 조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