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증시 대장주이자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이렇다할 호재는 없는 가운데 소비자들과 밀접한 스마트폰 사업부터 악재가 터져나오는 상황인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방서후 기자, 한국시간으로 오는 9일 새벽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습니다.
이게 삼성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나요?
<기자>
애플이 공개할 신제품이 아이폰SE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폰SE 시리즈는 삼성전자 FE(팬에디션)·A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아이폰 일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대폭 낮춘 중저가 스마트폰 에디션입니다.
특히 이번에 나올 신제품은 SE 시리즈 중 처음으로 페이스ID를 추가하고 5G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등 아이폰13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은 역대 SE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할 전망입니다.
기존 SE 시리즈가 50만원대였다면 이번 SE 신제품은 30만원대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요. 우선 그림 하나 같이 보겠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A12'입니다.
다음으로 잘 팔린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 12'였습니다. 그 다음은 '아이폰 13', '아이폰 11' 순이고요. 5위에는 샤오미 제품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6위부터는 또 '아이폰 12 프로 맥스', '아이폰 13 프로 맥스', '아이폰 12 프로', '아이폰 13 프로' 등 애플 제품들이 차지했습니다.
10위권 마지막 제품으로 가서야 삼성전자의 '갤럭시 A02'가 보입니다.
문제는 순위에 오른 삼성과 애플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 차이가 7배 이상이라는 겁니다.
애플이 값 비싼 프리미엄 제품으로 매출을 쓸어 가고,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으로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는 거죠.
<앵커>
갤럭시 폴더블폰도 순위에 없네요? 의외입니다. 작년에 거의 열풍 아니었나요?
<기자>
아쉽게도 폴더블폰은 아직 시장이 크지 않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890만대입니다.
같은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3억9,100만 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0.6% 남짓에 불과하고요. 삼성전자가 글로벌 폴더블폰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폴더블폰 흥행이 곧 삼성전자 폴더블폰 흥행으로 비춰졌던 거죠.
결국 삼성전자의 갤럭시 S시리즈나 폴더블폰 같은 플래그십 제품들이 출하량 상위권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애플의 SE시리즈가 '갤럭시 A' 시리즈 판매량마저 끌어 내린다면 삼성 입장에선 위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래도 명색이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삼성인데, 쉽게 자리를 내주진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물론 삼성도 가만히 보고만은 있지 않을 겁니다.
삼성도 이르면 이달 중순, 갤럭시A 시리즈 신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2분기 중에는 저가 라인업인 갤럭시M 시리즈를 추가로 선보이면서 중저가 시장 전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복병이 생겼죠. 소비자들이 보급형폰을 사는 이유는 플래그십폰의 기능을 저렴한 가격에 누리고 싶어서입니다. 플래그십폰 흥행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플래그십폰 갤럭시S22 시리즈에 대한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삼성폰 흥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양현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양현주 기자>
게임 앱 이용 시, 발생하는 발열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성능 일부를 일부러 저하시키는 GOS 기능을 탑재하면서 삼성전자가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해당 기능은 지난 2016년 갤럭시 S7 시리즈부터 적용돼 왔는데, 일부 갤럭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 GOS 실행을 막는 우회 방법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신작인 갤럭시 S22 시리즈부터 우회 수단까지 강제로 차단하며, 허위광고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용자들은 "성능이 좋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에 삼성전자는 지난 4일 GOS 적용 여부를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겠다며 조치에 나섰지만 상황은 쉽게 수습되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갤럭시 허위광고와 관련한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온 데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단 소송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는 개설 5일 만에 3,800여 명 가량이 모였습니다.
[이홍섭 / 법무법인 인사이트 변호사 : (표시광고법) 3조 항목 중에서 기만적인 표시 광고에 해당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요. 기만적인 표시 광고 일 때는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것도 기만적인 걸로 본다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애플은 사용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배터리 사용기간에 따라 CPU 성능을 낮추도록 조작한 바 있는데, 당시 막대한 배상금과 벌금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자기기 평가 사이트 긱벤치는 이번 GOS 논란과 관련해 신작 S22를 포함한 스마트폰 4종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앵커>
주주 행동까지 이어질 만큼 사태가 심각한 것 같은데, 왜 이런 품질 논란이 불거진 거죠?
<기자>
이번 GOS 사태는 지나친 원가 절감 노력이 불러온 비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발열이 심해지면 쿨링 시스템을 추가해서 해결해야지 소프트웨어를 제한하는 식으로 막아버린 거죠.
쉽게 말해 방이 뜨거우면 창문을 열어서 온도를 낮춰야 하는데 돈 아낀다고 창문을 만들지 않은 셈입니다.
플래그십폰도 이런데, 중저가폰은 또 얼마나 대충 만들까. 소비자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앵커>
해킹 사건도 발생했어요? 이건 또 무슨 일입니까?
<기자>
네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남미 해킹집단인 랩서스가 삼성전자를 해킹해 대량의 기밀 정보를 탈취했다고 주장하면서 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 랩서스는 지난 달 엔비디아로부터 대용량 데이터를 탈취하고, 회사가 이를 공식 인정하면서 유명세를 탄 조직이기도 한데요.
일단 소비자 개인정보가 털린 건 아니고요. 소위 프로그램 '설계도'라도 불리는 소스코드가 해킹 당한 겁니다. 당연히 최근 출시된 갤럭시S22부터 이전 모델까지 다 포함이 됐고요.
소비자 개인정보가 털린 건 아니기 때문에 생체인증 같은 게 뚫리진 않겠지만, 이 설계도가 경쟁사 손에 들어가는 게 문제입니다.
사실 지금도 중국산 카피 제품들이 적지 않잖아요. 해킹으로 소스코드가 공개되면서 경쟁사 입장에선 삼성폰의 기술을 쉽게 모방하거나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거죠.
<앵커>
최근 벌어진 사건들이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비록 갤럭시S22가 사전판매에서만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것이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받쳐줘야 하는데,
이미 대체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신뢰를 잃은 제품이 계속 잘 팔리리란 보장이 없다는 거죠. 전문가의 의견으로 들어보겠습니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 현재 상황에서 (갤럭시S22) 사전판매량이 많다고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거나 공격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건 단기적으로 맞지 않다 봅니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 스마트폰은 분기 변동성 요인이 되고, 분기 이익이 좋고 나쁨의 배경이 됩니다. 플래그십폰이 많이 팔릴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그런 의미에서 지금 상황이) 삼성전자에겐 약간 아쉽죠.]
<앵커>
그럼 앞으로 삼성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기자>
일단 해킹 문제 관련해선 공개된 소스코드는 회수하거나 못 보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다시 개발하거나, 빨리 업데이트 해서 기존 코드랑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 시급해 보이고요.
당연히 여기에 품질 개선 노력도 따라야겠죠.
사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글로벌 1위는 1위지만 성장률로 따지면 답보 상태입니다.
사업부 이름을 바꾸고 조직만 개편할 게 아니라 제품으로 고객에게 보답해야만 고꾸라지는 판매량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한줄평과 해시태그는요?
<기자>
한줄평은 위기의 삼성, '가성비'를 벗어나라.
해시태그는 #8만전자, #호구취급그만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