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미사일로 '치고 빠지기'…러, 우크라서 진격 고전

입력 2022-03-06 18:02


러시아군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서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 군에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산 재블린(Javeline)과 스팅어, 영국산 차세대 경량 대전차미사일(NLAW) 등 휴대용 소형 미사일을 활용해 러시아군을 상대로 '치고 빠지기식' 게릴라 전술로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5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러시아군 헬리콥터가 지상에서 날아온 휴대용 미사일에 직격으로 맞고 추락하는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화면 왼쪽에서 저공으로 비행하며 날아가는 헬기 한 대가 오른쪽 아래에서 갑자기 발사된 미사일에 그대로 정면부를 맞고 추락하는 장면이 생생히 담겼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은 채 "이것이 러시아 점령자들이 죽어가는 방식으로 이번엔 헬리콥터"라면서 "우크라이나 수비대에 영광을, 승리를 위해 함께"라고 적었다.

유럽 탐사보도 그룹 '벨링캣'은 이 영상이 찍힌 좌표를 분석한 결과 수도 키이우(키예프)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오블라스트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Mi-24 '하인드' 기종으로 추정되는 이 헬기를 격추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은 미국산 FIM-92 '스팅어' 미사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FIM-92는 미국의 레이시온사가 개발·생산하는 보병용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 미사일로, 현재 미국을 비롯해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공격헬기를 격추한 미사일이 스팅어가 아니라 폴란드제 '피오룬'(Piorun)이라는 분석도 있다.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4개국 관련 뉴스를 주로 보도하는 매체 '비셰그라드 24'는 해당 미사일이 피오룬으로 확인됐다면서 "스팅어와 달리 피오룬은 고도 10m로 매우 낮게 나는 표적을 400m 거리에서 격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가 개발해 자국군에 최근 실전배치를 시작한 피오룬은 스팅어와 같은 '휴대용 방공 미사일'(MANPADS)이다.

피오룬은 주로 저공 비행하는 비행기와 헬리콥터, 무인기(드론)를 파괴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는데,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피오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측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도심으로 진격하는 러시아 전차, 장갑차 등 차량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투창'(投槍)이라는 뜻의 재블린은 최대 4㎞ 내 표적을 향해 발사하면 목표까지 스스로 날아가서 명중하는 '자율 추적' 방식으로, 사수가 발사 후 곧바로 자리를 뜰 수 있어 적의 반격에 노출될 위험이 그만큼 낮다.

화력과 병력 면에서 러시아군에 압도적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의 '치고 빠지기'식 게릴라 전법에 안성 맞춤형 무기인 셈이다.

미국은 최근 재블린 100기를 추가로 접경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제 차세대 경량 대전차 미사일 'NLAW'도 재블린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군의 기습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재블린은 하늘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 큰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탱크 정수리로 떨어져 직접 타격하는 반면, NLAW는 탄두를 아래로 향하게 한 뒤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 탱크 정수리의 약 1m 위에서 폭발하는 방식이다.

NLAW는 특히 사거리가 최대 800m로 재블린보다 훨씬 짧지만 사용하기가 쉽고 가격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재블린보다 훨씬 많은 물량의 NLAW가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도 재블린 등 휴대용 대전차무기의 위력을 절감하고 무기고를 노리고 있다.

타스통신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키이우 서부도시 지토미르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재블린·NLAW 무기고를 정밀 공습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재블린과 스팅어 등 서방의 공격용 무기들을 우크라이나가 앞으로도 계속 제대로 보급받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는 전망이 많다. 현재 수도 키이우 상공은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가 위협하고 있어 수송기 투입이 어렵고, 무기를 육로로 보급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이 보급로를 제대로 지켜낼지가 가장 큰 관건으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