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현대차, 사우디에 '스마트 바빌론' 짓는다

입력 2022-03-04 18:59
수정 2022-03-04 22:08
<앵커>

현대차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가 시티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 시티' 사업에 뛰어들 전망입니다.

무려 5천억 달러 우리 돈 약 600조 원이 투입될 이 사업에서 현대차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인류 역사에 손꼽힐 만큼 어마어마한 '네옴 시티' 건설에 현대차가 뛰어든다고요?

<기자>

네, 이르면 다음달 사업수주 제안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ICT 기술과 친환경 인프라 기반으로,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를 포함한 교통, 운송 인프라부터 주거, 오피스까지 스마트하게 채워지는 그야말로 초거대 도시설계 프로젝트 참여에 나설 거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의 거대 도시들과는 차원이 다른 미래형 도시, 저도 사실 완성된 모습이 어떨 지는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다만 현대차가 '네옴 시티'에 어떤 상상력을 불어넣을 지 가늠해 볼 만한 요소들은 있습니다.

먼저 영상 하나 보시겠습니다.

[영상] 기아 미국 슈퍼볼 광고

<기자>

지난달 중순 미국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승전 '슈퍼볼'에서 공개된 광고 영상인데요.

방전이 된 로봇개를 기아 전기차 'EV6'의 전원공급 기능(V2L)을 통해 충전해서 주인과 재회한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이 영상이 미국에서 아주 인기입니다.

미국 일간지 가 실시한 슈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70개 가운데 4위, 자동차 브랜드 중에선 1위를 차지했는데요.

슈퍼볼에서 광고가 나가고 그 날 기아 홈페이지 방문자가 50만 명 가까이 몰렸습니다.

기아 브랜드 페이지 트래픽은 무려 921% 증가했고요.

<앵커>

배터리가 다 돼서 강아지가 중간에 눈을 감을 때 참 안타까웠는데 금세 충전해서 부활하니깐 저도 모르게 뭉클한 감정이 드는군요.

아마 저 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나 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이 광고 영상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가 현대차가 그리는 스마트 시티 일상의 한 에피소드가 담겼다는 사실입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IT·가전 박람회, CES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로봇개와 등장해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통상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의 신차 등장을 기대했다가 로봇개가 등장하니 굉장히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죠.

<앵커>

아, 저도 기억납니다. 이름이 '스팟'이었나요?

노란색 로봇개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IoT(Internet of Things)'라고 해서 사물간 연결 시대가 열릴 거라고 했잖습니까?

올해 CES에서 현대차가 제시한 아젠다는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한다' 였습니다.

곧 다가올 스마트 시대에는 IoT를 넘어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를 활용한 'MoT(Mobility of Things)', 사물 모빌리티 시대

나아가 '메타 모빌리티(Meta Mobility)'의 시대가 열릴 거라는 비전을 제시한 건데요.

쉽게 말해 우리 미래의 일상이 사물간 연결, 결합에 머물지 않고 로봇을 통해 이동성까지 확장토록 할 거란 얘기입니다.

우리가 지금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것처럼 미래에는 모두 로봇개를 데리고 다닐 거다,

단순히 반려동물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이동성을 확장할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건데요.

예컨대 자율주행 로보틱스가 탑재된 자동차와 인간이 연결돼 물리적 공간 이동부터 메타버스 플랫폼 즉 가상 공간으로까지 인류의 이동 범위가 확장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정의선 /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는 우리의 경제 전반에 걸친 복잡 다양한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우리는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MoT) 무한한 이동 생태계를 창조할 것입니다.]

<앵커>

정리하자면 스마트 시대의 실현은 곧 인류의 이동성 확장인 거고 그걸 가능케 하는 게 인공지능 로봇을 통한 MoT의 실현이란 얘기로 들리는군요.

이러한 스마트 시티 전략을 갖고 현대차가 '네옴 시티'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현대차가 사우디 측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 시티 조감도를 한국경제TV가 단독으로 입수를 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현대차의 스마트 시티 전략이 어떻게 그려질 전망인지 송민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송민화 기자 리포트>

"복잡한 도시에는 언제나 이처럼 차량이 넘쳐나죠. 누구나 한 번쯤 차도 전체를 땅 밑으로 옮긴다거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상상을 해보셨을 텐데요. 현대차그룹이 바로 이런 상상을 현실로 옮기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가 단독 입수한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시티 조감도'입니다.

육각형 모양으로 둘러싼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물가와 가까운 곳은 주거지로 구성하고 외곽으로 나갈수록 고층 빌딩을 세우면서 지금의 도시계획과는 정반대로 설계된 점이 특징입니다.

병원과 같은 필수 인프라에 도달하는 시간은 최대 5분, 도시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데는 최대 20분을 넘기지 않는 게 네옴 시티의 구상인데,

지상 운송수단은 모두 지하화하고 로봇과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인 UAM을 보급해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게 현대차의 복안입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 교수 : 이미 4년 전에도 정의선 회장이 선언했다시피 약 30% 정도는 UAM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몇 년 있으면 상용 모델부터 먼저 나오거든요. 또 이 오프로드에 움직일 수 있는 '로봇빌리티'라고 그랬죠. 로봇 개통들 이런 것들을 다양하게 구현을 하면서 미래형 무공해 모빌리티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건데 이런 그림을 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시티 같은 데 스마트 시티 구성을 할 때 굉장히 중요한 이동 수단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현대차는 최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단순히 차 판매에 그치지 않겠단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미래 사업을 위해 95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도 내놓으면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위한 발판을 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강현 /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 : 2022-2030년까지 투자계획은 총 95.5조 원이며 이는 전동화를 비롯해 수소,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보틱스와 같은 다양한 미래 기술 영역에 대한 R&D 투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사우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인근 중동 국가와 연계할 가능성도 높아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빙현지 /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연구실 연구원 : 스마트시티 발주 규모에서 가장 큰 규모거든요. 네옴 시티 프로젝트 하나만 해도 5천억 달러 정도 규모고 이거를 사우디 2030 프로젝트 전체로 확대했을 때는 8천200억 달러 정도인데, 이게 사실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볼 수 있거든요. 부분적으로 수주하더라도 당연히 이게 산업적으로 연관 산업에 대한 파생 효과 그리고 고용에 대한 파생 효과가 엄청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말 큰 기회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수소SUV 넥쏘와 수소버스 일렉시티 등 친환경차를 잇따라 수출한 만큼 사업 수주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자연을 품고 순환하는 육각형의 도시, 그림으로만 봐도 저절로 우와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것 같군요.

<기자>

사우디 북서쪽에 조성될 '네옴 시티'는 서울의 44배 크기로, 홍해를 끼고 이집트, 요르단과 접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우리 돈 600조 원이나 투입될 미래형 도시인 데다 물류와 관광 측면에서도 입지가 뛰어난 탓에 우리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입니다.

앞서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동 3개국 순방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사우디 비전 2030' 협력을 논의하며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에섭니다.

수소 에너지를 비롯해 건설·플랜트 같은 인프라와 원전, 방산과 정밀의료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 달라는 메시지였죠.

<앵커>

그야말로 최첨단 스마트 기술이 집약될 초메가 도시를 짓는데 우리 기업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회이면서 부담 또한 적잖을 것 같은데요.

사우디가 현대차의 사업 참여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현대차의 어떤 점을 높게 평가해서일까요?

<기자>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너도나도 '탈석유'를 외치고 있지 않습니까?

석유에 의존하던 기존 산업구조를 친환경, 스마트 중심으로 바꿔나가는 분위기인데요.

'네옴 시티'의 경우 탄소 배출이 없는 최첨단 스마트 시티로 조성될 계획입니다.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도시가 운영되고 운송 수단은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만이 다닐 수 있는데요.

이러한 '네옴 시티' 건설에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충족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로 현대차그룹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기, 수소차 등 친환경차 제조는 물론이고 건설업과 물류, 철강 등에서도 자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요,

아까 말씀 드렸던 로보틱스를 비롯해 도심항공 모빌리티 역량 또한 하루가 다르게 키워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있죠. 바로 수소 사업입니다.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수소차 분야에서 현대차가 현지에 공장을 세울 가능성이 있고요.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SK와 포스코, 효성과 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과 동맹체를 꾸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앵커>

'네옴 시티' 건설의 중요한 두 축, 하나가 아까 말씀하신 스마트 기능, 또 다른 하나가 친환경 도시로 여겨지는데요.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원으로서 수소 산업에 대해 사우디 측 관심도 클 것 같습니다.

<기자>

현재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한 93개 나라 가운데 수소 관련 정책을 내놓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39개국입니다.

즉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인기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수소 수요는 1억4천만 톤, 2050년에는 6억6천만 톤에 이르면서 세계 에너지 수요의 22%를 차지할 거란 전망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미래 도시의 중요한 한 축이 탄소중립 실현, 친환경인 만큼 현대차의 수소 사업 역량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 보시겠습니다.

[류성원 / 전경련 산업정책팀장 : 석유를 통해서 창출할 수 있는 부를 가지고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그러한 산업 예를 들면 수소 같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중동) 각국 정부에서 대응,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소 개발 기술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되고요. UAE나 사우디는 기본적으로 수소 자원 자체가 많이 생성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였습니다.